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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14] 시진핑 국가 주석의 비중은 리커창 총리의 두 배?

바람아님 2016. 1. 27. 00:53
[J플러스] 입력 2016.01.25 00:33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상대의 실패가 곧 나의 승리’라는 인식 아래 무조건 상대가 제기하는 정책엔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상대가 잘못해야 내가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속셈이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효과적인 국정 운영이 안 된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름 아래 정작 필요한 정책이 타이밍에 맞춰 실시되지를 못한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덩샤오핑이 마오쩌둥과 같은 ‘괴물 황제’가 재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활시킨 게 중국 공산당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의한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다.

5~11인으로 구성되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상무위원들은 이론상으로는 똑 같은 파워를 갖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총서기는 단지 여러 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 중 첫 번째에 지나지 않는다(first among equals)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덩샤오핑은 그러나 이래가지고는 통일된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 봤다. 총서기에게 보다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1989년 천안문(天安門) 사태 이후 갑작스레 발탁한 장쩌민의 경우 권위가 부족해 이를 보완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장쩌민에게 부여한 게 ‘핵심(核心)’이라는 타이틀이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以江澤民爲核心的)’ 당 중앙이 무얼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한다는 식의 표현을 써 왔다.

장쩌민은 이 ‘핵심’ 타이틀을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다.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릴 때 자신의 말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장쩌민을 이은 후진타오가 이 ‘핵심’ 지위를 받았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일부 중국 매체에 ‘후진타오를 핵심으로 하는’ 표현이 나오긴 하지만 후진타오 집권 시기 대부분의 표현은 ‘후진타오를 총서기로 하는(以胡錦濤爲總書記的)’ 당 중앙 운운이다.

시진핑은 어떨까.

역시 ‘시진핑을 총서기로 하는(以習近平爲總書記的)’이라는 표현을 쓴다.

장쩌민이야 덩샤오핑이 핵심 타이틀을 주었지만 후진타오나 시진핑으로선 자신이 이런 타이틀을 붙이는 게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 시진핑의 집단지도체제 내 비중이 다른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등가(等價)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 관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사가 시진핑 집단지도체제가 등장한 지 약 한 달 정도 지난 2012년 12월 25일 ‘중국 고위층의 새로운 진용(中國高層新陣容)’이라는 제목 아래 새 지도부를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내용이야 시진핑 지도부 7인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최대한 변호하는 것이지만 눈에 띄는 것은 7인 소개를 위해 신화사가 할애한 글자의 수다. 서열 3위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부터 7위인 장가오리 상무 부총리까지는 한 사람당 3000자씩을 썼다.

이게 서열 2위 리커창 총리를 소개할 때는 3배 가까운 8000자로 뛰었다. 그리고 1인자 시진핑을 위해선 서열 3~7위의 다섯 배에 해당하는 1만 5000자를 사용했다. 리커창 총리보다도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글자 수의 많고 적음을 갖고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집단지도체제 내 각 상무위원의 파워를 짐작하게 해 주는 하나의 잣대라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유상철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중국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