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평가에서 뼈아픈 점은 우리가 인접 경쟁국에서 크게 뒤처진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혁신종합지수 순위가 2007년 21위에서 2013년 4위로 17단계나 껑충 뛰었다. 최상위권인 미국(1위), 스위스(2위), 독일(3위)을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부문별 혁신역량에서도 중국은 대학 2위, 시장 2위, 기업 3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일본은 같은 기간 종합순위 3위에서 9위로 하락했지만 우리보다는 훨씬 앞선 상태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의 혁신역량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것은 연구개발(R&D) 투자가 부족한 탓이 아니다. 정부의 R&D 예산 규모는 세계 6위이고, 국내총생산(GDP)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세계 1위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척박한 토양에 있다. 혁신의 발목을 잡는 획일적인 입시 위주 교육, 관료들의 역량 부족 등이 주된 요인이다. 연구조직이 관료화 된 데다 연구원이 고용 불안을 겪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져 연구에 전념할 수도 없다. 벤처기업이 어렵게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고, 대기업이 중간에서 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다. 이런 생태계에서 기술혁신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나 진배없다.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해 창조경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 하드웨어만 설치한다고 혁신이 샘물처럼 솟아날 리 있겠는가. 시급한 것은 교란된 혁신 생태계를 바로잡는 소프트웨어적 접근이다. 기술이 외면받는 척박한 풍토에선 혁신의 씨를 뿌리더라도 제대로 싹이 돋아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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