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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재' 풀린 이란] [中] 車·바이오 몰려있는 이란 산업의 심장 "살람, 코리아!"

바람아님 2016. 1. 27. 01:03

조선일보 : 2016.01.25 03:19 

['경제 제재' 풀린 이란] [中] 노석조 특파원 르포

구형 프라이드 생산라인 인수해 이란 국민차 만드는 사이파社
"생산라인 증설에 외국기업 필요… 현대·기아차와도 협의하고 싶다"
반다르아바스 항구 정상화, 현대상선 등 해운업체 몰려
韓流가 휴대폰 구매등으로 연결… 코트라 "제2의 이란 특수 기대"

노석조 특파원 사진
노석조 특파원

"살람, 코리아!"(안녕하세요, 한국!)

지난 23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 서쪽 20㎞ 지점에 있는 '카라즈' 산업단지에 들어서자 이란 근로자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한국 드라마 '주몽'을 봤다"며 두 손을 한데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이도 있었다. 자동차·건축자재물 생산공장부터 바이오기술 등 각종 연구소가 몰려 있는 카라즈 산업단지는 전국에 각종 물자와 기술력을 보급해 이란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산업단지 입주 업체들은 지난 16일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풀리자 생산량을 늘리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단지 내 도로 확장 공사도 한창이다. 이란의 대표적 자동차 회사 사이파(Saipa)는 그간 경제제재로 막혀 있었던 해외 수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 하고 있었다. 사이파는 1993년 한국 기아차의 구형 프라이드 생산 라인을 인수해 '사바(Saba)'라는 이름으로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 차는 시장점유율이 한때 40%에 육박해 '이란 국민차'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기아의 중·소형차 포르테 부품을 수입해 세라토라는 이름으로 조립 생산하고 있다. 사이파 측은 "고급 세단형과 SUV 차종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신규 사업에 참여할 외국 업체를 찾고 있다"며 "현대·기아차와도 협의하고 싶다"고 했다.


23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의 카라즈 산업단지에서 이란 자동차 회사인 ‘사이파’의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알리레자 이바다티(왼쪽) 사이파 대외관계부 부장이 코트라(KOTRA) 테헤란 무역관의 김욱진 과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차량은 사이파의 ‘사바’ 차종으로 1993년 한국 기아자동차의 구형 프라이드 생산 라인을 인수해 현재까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의 카라즈 산업단지에서 이란 자동차 회사인 ‘사이파’의 생산 라인이 가동되고 있다. 알리레자 이바다티(왼쪽) 사이파 대외관계부 부장이 코트라(KOTRA) 테헤란 무역관의 김욱진 과장과 대화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차량은 사이파의 ‘사바’ 차종으로 1993년 한국 기아자동차의 구형 프라이드 생산 라인을 인수해 현재까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노석조 특파원

알리레자 이바다티 사이파 대외관계부 부장은 "이란은 우즈베키스탄·아프가니스탄·타지키스탄 등 페르시아 문화권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밀접하다"며 "인구 8000만명의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고 이슬람 시아파(派) 맹주이기 때문에 중동 시장 진출에 '허브'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했다.


이란의 페르시아 걸프 해안 지역인 반다르아바스의 항구들도 생기가 돌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반다르아바스 항구 일대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얼마 되지 않았다"며 "요즘 주요 항구인 '샤히드 라자이' 등에 한진해운·현대상선을 포함해 세계 해운업체들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코트라 테헤란무역관의 김욱진 과장은 "이란에서 한국은 드라마 등 높은 문화적 인지도가 휴대폰·가전제품 구매로 이어지고, 교역량도 늘고 있다"며 "1970년대에 이어 '제2의 이란 특수'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란 자동차 생산량 증가세 그래프

이란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 수출도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이란 국영 석유회사가 제재 해제 일주일 만에 그리스에 원유 수출을 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리스를 시작으로 오는 2월 중순부터 이란산 원유가 유럽연합(EU) 회원국에 공급된다"고 했다. 파노스 스코레티스 그리스 에너지 장관은 "원유뿐 아니라 천연가스 수출입과 관련해서도 이란 측과 논의했다"고 했다.

이란은 최근 저유가 추세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 수입원을 다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간 테헤란 타임스는 "이란 정부가 올해 말까지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 관광 유치 사무소를 설치해 침체했던 관광업을 살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관영 통신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이란 관광객 수는 500여만명으로 2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냈다. 이란은 페르세폴리스 등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라크나 이집트 등 주위 다른 국가와 달리 테러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돼 중동의 관광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란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중산층 비율이 멕시코와 비슷한 35%로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라며 "해외 기업들이 단기간의 이익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적 계획을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