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시진핑은 갔고 아베도 가는데.. 한국은 내달 장관이 가기로/[사설] 中·日은 이란에 몰려가는데 우리는 구경만 할 건가

바람아님 2016. 1. 25. 00:08

조선일보 2016-1-25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3일 테헤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동맹 직전 단계인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또 양국의 교역 규모를 현재 520억달러 수준에서 10년 이내에 6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로 11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17개 분야에서 협약을 체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조만간 이란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각국도 정상급 또는 부총리급 외교 사절단을 보냈거나 파견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일본은 물론 서방의 지도자급 인사가 이란으로 달려가는 것은 미국의 경제·금융 제재에서 막 벗어난 이란이 중동의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다음 달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대표로 하는 민·관 경제 사절단을 보낼 예정이다. 하지만 장관급 수준의 협상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당분간 이란과의 교역에선 고위급 간의 '대면(對面) 외교'가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새해 첫 순방지로 이란 등 중동을 택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도 이란 개방의 기회를 이용해 한국 경제의 활로를 뚫으려면 조속히 정상급 외교를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직후 "시 주석의 테헤란 방문으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며 "(미국의) 제재가 풀린 이후 중국과 더 공고한 연대를 맺기로 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이란에 도착해 "중국과 이란의 실크로드를 통한 우정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중국은 이란과의 역사적 인연까지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고급품 시장은 일본과 유럽의 공세가 예상된다. 한국이 이란 시장에 늦게 뛰어들수록 차지할 공간은 더 좁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인민대 왕원 교수는 "이란은 외부 환경 개선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직전"이라며 "시 주석이 이란을 방문한 것은 주식 가격이 오르기 직전 낮은 수준일 때 보유 주식을 늘리는 것과 같다"고 했다.



=======================================================================================



[사설] 中·日은 이란에 몰려가는데 우리는 구경만 할 건가


서울경제 2016.01.24. 21:10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양국 교역규모를 향후 10년 안에 6,0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또 테헤란 고속철도 건설에 금융 지원을 제공하는 등 푸짐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일본도 이에 뒤질세라 아베 신조 총리가 이란 방문일정을 조율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과 일본 정상이 이란에 앞다퉈 달려가는 이유는 제재가 풀린 이란 시장을 선점해 기업 진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자원대국인 이란은 전후복구 등 인프라 투자에만도 1,000억달러를 쏟아부을 만큼 새로운 거대시장이다. 중국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해 파격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이란 특수의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도 이란과 투자협정 서명절차를 개시한 데 이어 정부와 국책은행·대기업들이 막대한 투자재원을 앞세워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런 경쟁국에 비해 우리의 움직임은 굼뜨기 그지없다. 정부는 기껏해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금융지원을 논의하고 업계와의 간담회를 여는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국내 건설사들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려고 일본계 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판국이다. 중국은 한국의 주력분야인 고속철과 원전사업에서 이란과 투자협정까지 맺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져만 가는 형국이다.


구경만 하다 모처럼 찾아온 이란 특수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인 진출전략을 마련하고 나름의 강점을 갖춘 건설과 플랜트 시장 공략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이란과 경제협력 경험을 갖고 있다.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가 그 증좌다. 우리 기업들이 1980년부터 8년간 지속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아 강한 인상을 남긴 점도 자산이다.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이란에 몰려들고 있는데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소리가 더 이상 들려와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