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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 주력산업들 줄줄이 '마이너스'

바람아님 2016. 2. 2. 00:54
세계일보 2016.02.01. 19:03

한마디로 ‘백약이 무효였다.’

연초 한국 경제가 글로벌 불황과 저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로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제품 수출이 35% 이상 급락하는 등 1월 국내 주요 산업별 수출이 일제히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면서 6년5개월 만에 최악의 수출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으면서 내수활성화와 경기 성장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1월 수출입 동향(잠정치)에 따르면,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 주요 수출 품목의 수출 감소가 뚜렷했다. 특히 유가 급락으로 주력산업인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억달러(35.6%)나 빠졌고, 석유화학도 6억달러(18.8%) 감소했다. 자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수출액은 21.4% 줄어들었다. 이날 현대자동차는 1월 전 세계 시장에서 33만8035대를 판매, 전년 대비 12.5%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의 감소폭은 1.1%로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해외 판매는 14.3% 줄어들었다. 기아차는 국내에서 판매가 조금 늘었지만 해외판매는 역시 15.4% 감소했다. 이 밖에도 △반도체 -13.7% △철강 -19.9% △가전 -29.2% △선박 -32.3% △무선통신기기 -7.3% △평판디스플레이 -30.8% 등을 수출부진의 여파는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년 1월 수출입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조업일수 감소와 선박수출 감소 등 일시적인 요인과 함께 유가 급락, 주력품목 단가하락, 중국 등 신흥국 경기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어느 하나 좋은 게 없었다’는 의미다. 다만 신규 주력 품목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화장품은 각각 8.7%와 2.1%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 수출이 선박과 화학부문의 호조로 7.3% 늘었을 뿐 주력시장인 미국(-9.2%), 중국(-21.5%), 일본(-18.2%) 수출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업계도 향후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 특히 산유국의 경제 타격이 크다”며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업종은 고부가가치 상품인 프리미엄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분위기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저비용 제품에 맞서기 위해 기업들은 아예 국내 생산은 줄이고 해외생산을 늘리는 전략을 고민 중이다. 이 경우 역시 수출량은 계속 줄고 국내 경기는 더욱 나빠지는 문제가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하반기로 가면 유가 하락폭 둔화 등으로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의 금융지원책 등과 함께 이란 등 신시장 개척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산업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농림수산부 등 관계 부처 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란 시장 진출 성과사업 점검회의’를 열고 3년 내에 대이란 수출 규모를 110억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내놨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