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케리에 한반도3不원칙 고사성어로 사드 물고 늘어지기
한국일보 : 2016.02.14 13:56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ㆍ), ‘사마소지심 노인개지’(司馬昭之心 路人皆知).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반도 배치를 두 가지 고사에 비춰 설명했다. 항우가 패공 유방을 초대해 칼춤을 춘 것은 유방을 해치려는 데 목적이 있었고, 권력을 노리는 사마소의 야심은 길을 가는 사람들도 모두 안다는 고사처럼 미국이 중국을 노리고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을 중국도 다 알고 있다는 의미다. 왕 부장은 이날 존 케리 무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중국의 안보를 침해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
왕 부장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한반도 3불(不) 원칙’(북핵 3대 마지노선)을 천명하며 사드를 계속 물고 늘어졌다. 그는 “첫째 어떤 상황에서라도 북이든 남이든, 스스로 만든 것이든 외국에서 들여와 배치한 것이든 모두 막론하고 한반도는 핵을 가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또 “둘째 무력으로 문제를 해설해선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난리가 나는 것을 중국은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셋째 중국 자신의 정당한 국가 안보 이익은 유효하게 지켜지고 보장돼야 하며 손상돼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는 북핵 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전략 핵 무기 재배치 가능성과 군사적인 수단으로 북한을 무너뜨리려는 계획, 사드 한국 배치 등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리 미 국무장관은 만나서는 더욱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가능성과 관련,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왕 부장은 “미국은 반드시 신중해야 행사해야 할 것”이라며 “이 기회를 틈타 중국의 안보 이익을 손상시켜서는 안 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새롭고 복잡한 요인을 증가시켜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사드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안보에 영향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중국은 거의 전방위 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 대변인은 13일 뮌헨의 한 세미나에서 북핵과 관련, “미국이 한쪽으론 중국에게 협력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동맹국과 사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중국인을 곤혹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문제를 중국에 외주(아웃소싱) 줄 필요가 없다”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미국 손 안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14일 전문가를 인용, “미국은 수년 전부터 사드를 아시아 태평양 미사일 방어 체계의 중요한 일환으로 여겨 한국에 팔려고 애를 써 왔다”며 “사드는 아시아 대륙의 심장부를 목표로 한 것으로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라고 공격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 ‘사드가 혼란을 더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한국의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사드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뒤 사드가 지역 내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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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인터뷰 통해 본 중국의 전략
중앙일보 2016.02.14. 19:58왕 부장이 ‘사드는 구실과 노림수가 다르다’는 취지로 인용한 ‘항장무검’은 항우(項羽)의 책사 범증(范增)이 유방(劉邦)을 살해하기 위해 마련한 홍문연(鴻門宴)에서 나온 성어다. 2012년 3월 미국이 아시아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을 시도하자 관영 환구시보가 사설에서 “‘패공’은 바로 중국과 러시아”라며 인용했을 정도로 흔한 레토릭이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외교 수장이 미국을 항우, 한국을 범증의 수하인 항장에 비유한 것으로 비쳐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 번질 정도로 강한 수위의 발언이다.
외교적 논란 가능성을 무릅쓰고 ‘칼춤’ 발언을 왕이 부장이 꺼낸 것은 그만큼 사드가 동북아 전략적 균형에 끼치는 파괴력이 크다는 증거다. 왕이 부장은 “사마소(司馬昭, 서진(西晉) 태조)의 마음은 길 가는 사람들도 다 안다(司馬昭之心 路人皆知·야심이 너무 분명해 삼척동자도 모두 알고 있다)”는 성어까지 인용하며 미국을 지칭해 “어떤 나라도 한반도 핵 문제를 빌미로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려는 데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다. 중국으로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왕이 부장의 발언을 본격적인 대내외 여론전의 시작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춘절(설) 연휴를 마친 중국 매체들은 14일 왕이 부장의 ‘칼춤’ 발언을 비중 있게 싣고 사드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14일 환구시보에 “사드 배치는 친구와 밥을 먹으며 식탁 밑에 기관총을 둔 것으로 ‘내 총이 아니다’라는 논리로는 누구도 설득시킬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내 일각의 핵 무장론에 대한 경고라는 시각도 있다. 왕이 부장은 인터뷰에서 북핵을 다루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언급하며 ▶무력불가 ▶중국의 안전이익 보장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핵이 있어선 안 된다. 북쪽이건 남쪽이건 스스로 만든 것이건, 가져와 배치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절차를 통한 대북제재만 지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중국은 또 북핵 당사국으로 북한과 미국을 특정해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푸잉(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장도 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국제안보 콘퍼런스 특별 세션에 참석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는 열쇠는 미국 손안에 있다”며 북·미 양자 대화를 촉구했다.
한편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한·중 고위 전략대화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먼훙화(門洪華·47)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개인 입장임을 전제로 “▶중국 정부는 한국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이해하고 ▶대북 원조 문제에서 효과적 조치를 취할 것 ▶특사 파견 등 외교적 중재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뒤 “한·중 양국이 새로운 전략대화를 진행할 때”라고 제안했다.
왕이 부장 역시 지난 11일 뮌헨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은 상호 중대한 이익에 관련된 문제에서는 전략적 소통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중 사이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NSC) 실장과 중국 외교 국무위원 간 대화 ▶2+2(외교부 국장급, 국방부 부국장급) 외교안보대화 등 4개의 전략대화 채널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신설된 NSC 실장과 국무위원 채널은 같은 해 11월 서울서 한 차례 열린 뒤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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