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3.01 김대중 고문)
中, 대북 제재 호응한 배경엔 韓은 美,
北은 中이 관리한다는 1972년 닉슨·주은래 합의 있어…
中은 北이 골칫거리 되길 꺼려 김정은 체제 대체 모색할 수도
우리 몫 찾는 지혜 발휘해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등 세계의 강력 대응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던 중국이
최근에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에 적극 호응하는 모드로 돌아섰다. 무엇이 중국을 움직였을까?
일부러 시간을 끈 것일까? 아니면 한국의 핵무장론과 사드 배치 호응 여론 때문일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중국으로선 더 이상 북한의 호전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리라는 점이다.
거기에는 중국이 손 놓고 있으면 미국으로서도 한국 내의 핵무장론과 사드 배치 여론 등을 더는
묵살만 하고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려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으로 인해 동북아의 현상이 어지럽혀지는 것이 결코 중국의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중국 주석 시진핑의 일관된 인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44년 전 닉슨 미국 대통령과 주은래 중국 총리와의 '합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1972년 2월 23일 중국 베이징 국빈관에서 주은래(모택동 대리)와 마주 앉은 닉슨은 이렇게 말했다.
"코리안은 북이든 남이든 감정적으로 충동적인(emotionally impulsive) 사람들입니다.
우리 두 나라(미국과 중국)는 이런 충동성, 그리고 그들의 호전성이 우리 두 나라를 당혹하게 만드는 사태를 조성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반도가 우리 두 나라 간의 분쟁의 장(場)이 되는 것은 어리석고 불합리한 일입니다. 한 번(6·25전쟁)이면 족합니다.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주은래는 이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면서 남북한이 서로 접촉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또 평화적 통일의 문제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공개되지 않은 이 대화록은 30년이 지난 2002년 국무부에 의해 비밀 해지돼 공개됐다.
닉슨-주은래의 이 '합의'는 그 후 40여년간 미·중의 한반도 관리 체제의 골간을 이뤄왔다.
한국은 미국이, 북한은 중국이 각각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로 크고 작은 사건은 몇 있었지만 전면적 충돌은 피해왔다.
그동안 한국은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왕조 체제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중의 '72년 관리 체제'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효용성을 다해가는 듯했다.
한국이나 북한이 언제까지나 미국과 중국의 일방적 통제하에 놓여 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한국과 교류하면서
북한은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핵을 개발하고 그것을 매개로 미국과의 직접 대면을 꾀하기 시작했고,
한국 역시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한편으로는 중국과 활발히 교류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요구하는 등 대중(對中) 독자노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중이 '72년 관리 체제'를 새삼 강화할 필요성을 일깨워줬다.
미·중이 한반도로 인해 자칫 충돌할 위험성을 본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닉슨-주은래의 비밀 대화를 상기하면서 자기들이 '관리'해 온 북한과 한국에
각각 압력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케리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두 차례 긴급 접촉은 복귀를 시발한 자리였다.
미·중의 남북한 관리 체제는 장기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우리에게 던진다.
한반도의 통일은 주은래의 예언대로 장기 과제로 남을 수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통제를 원하면 원할수록 우리 역시 미국의 통제권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맞교환을 내세운 미국의 제스처는 우리의 독자적 외교 노선이나 대북 군사 능력 확대의 폭을
그만큼 좁힐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 전체가 중국의 영향권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용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도 잃지 않고 중국과의 대결도 원치 않는 선에서 한반도의 분단 고착을 선호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가 한국에 의해 통일이 돼서 북한이 없어지고 미국의 영향권이 압록-두만강까지 진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이 계속 말썽을 피워 세계적 골칫거리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중간 어디쯤에 김정은의 권력 체제가 대체돼 진일보한 상태에서 중국의 '위성'으로 남는 방안이 모색될
여지가 있다. 이른바 레짐 체인지다.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북한에 새로운 권력이 들어선 뒤
'새로운 북한'과 대화하고 협력하고 거래하는 '남북한 시대'를 열어갈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중의 현실 안주론은 우리에게 당장 '통일'을 가져다주지 못하겠지만
변화된 북한 지도 체제와 명실상부한 남북 협력의 시대를 열어갈 기회는 될 수 있다.
우리는 강대국 정치의 틈새에서 우리 몫을 찾는 노력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 게시자 추가 - 일본의 사례연구를 통해 우리의 입장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고사키 우케루(孫崎享) 지음|문정인 해제|양기호 옮김 메디치미디어|392쪽|1만8000원 [經-財 북리뷰]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일본의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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