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크만은 1992년까지 세계 최대규모의 미 해군기지가 있던 군사적 요충지다. 미국은 지난 1월에 원자력 잠수함을 파견했다. 일본이 수비크만에 잠수함을 보내는 건 미·일 연대를 과시하는 목적도 있다. 미군이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남중국해 인공섬 12해리 안쪽까지 함선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것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계산이다.
해상자위대 잠수함은 이달 중순쯤 일본을 떠나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들어간다. 수비크만에 입항하는 시기는 다음달 초순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실제 경계·감시 활동엔 투입되지 않는 연습용 잠수함을 보낼 계획이다. 호위함 2척은 베트남이 잠수함 기지를 확대 건설하고 있는 깜라인만에도 최초로 기항한다.
중국은 남중국해 북단 하이난(海南) 섬에 잠수함 기지를 건설하고 공격 거점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엔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우디 섬에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 8기와 레이더 시스템을 배치한 것이 포착됐다. 미·일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넘어 바시해협, 더 나아가 태평양에 잠수함을 배치하는 걸 경계하고 있다. 중국의 잠수함 탄도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본은 방위 장비를 적극 지원하며 중국에 대한 경계 감시활동을 돕고 있다. 2013년 공적개발원조(ODA) 형태로 순시선 10척을 필리핀에 공여하기로 결정했다. 건조비는 128억 엔(약 1370억원) 가량이며 이번 여름부터 인도가 시작된다. 해상자위대 연습기 TC90 5대를 경계 감시용으로 빌려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필리핀 국방부 내에선 해상자위대 P3C 초계기와 잠수함까지 구매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양국 연합훈련 당시엔 필리핀 병사가 P3C 초계기에 탑승하기도 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