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여적]중국 대 헤지펀드

바람아님 2016. 3. 17. 00:11
경향신문 2016.03.16. 21:18

헤지펀드는 ‘자본주의의 악당’ ‘요괴’ ‘공공의 적’으로 불리지만 시작은 오늘날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헤지펀드란 말은 1949년 미국 컬럼비아대 사회학과 교수였던 앨프리드 윈즐로 존스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베를린 마르크시스트 노동자 스쿨에서도 수학했던 그는 시장상황이 어떠하든 절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펀드를 갈망했다. 헤지(hedge)도 본래 ‘위험을 회피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번성하기 시작한 헤지펀드는 수익 추구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약탈적 자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소수의 투자자만이 가입하는 사모펀드란 헤지펀드의 속성도 이와 무관치 않다. 헤지펀드 업계 대부인 조지 소로스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동남아 통화를 공격해 재미를 봤다는 사실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4일 중국 위안화 약세에 베팅했던 헤지펀드의 손해액이 5억6200만달러(약 6700억원)를 넘어섰고 앞으로 3개월 내에 8억달러가 넘는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소로스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겠다”고 밝히며 위안화 약세 여론몰이에 나섰고 중국 당국자들은 이에 격분해 그동안 헤지펀드와 전면전을 벌여 왔다. 결국 3조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면서 위안화 가치를 떠받쳐 온 중국이 위안화에 비관적인 투기꾼들에게 한 방 먹인 셈이 됐다.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헤지펀드들은 홍콩 달러를 공격했으나 중국의 반격에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보고 후퇴했던 악몽을 갖고 있다.


중국은 헤지펀드에 난공불락의 대상일까.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한 상황을 파고들면서 천문학적 이익을 올렸던 소로스의 신화는 막을 내리는 것일까. 헤지펀드가 위안화를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은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중국의 경제 상황이 수출을 늘리기 위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여건에 처해 있다고 봤다. 지난해 25년 만에 7% 성장률이 깨진 중국 경제에 다시는 고도 성장기가 도래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중국 대 헤지펀드의 질긴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관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