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운동화나 섬유를 제조해 성장했던 한국은 1990년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의 중화학공업으로 성장의 축을 이동해 왔다. 한국의 어머니들은 방직공장에서, 아버지들은 건설현장과 공장에서 젊음을 보냈다. 1980년대 주력산업이었던 경공업은 2000년대 더 이상 주력산업이 아니었다. 어쩌면 2020년을 앞둔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은 더 이상 중화학공업이 아닐는지 모른다. 다시 성장의 축을 이동시켜야 할 시점이다.
환경이 변화하면 나도 변화해야 한다. 변화해야 할 시점에 변화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들과의 기술격차가 축소됐다. 기술경쟁력의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경쟁력도 현저히 떨어지게 됐다. 글로벌 수요는 둔화된 상황에서 경쟁자는 상당히 많아진 모습이다. 2016년, 2017년에 수요가 회복될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이제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여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주력산업에 대한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기업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존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도 없다. 수요가 부족해 재고가 쌓이고 있는 마당에 공장을 증설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저렇게 투자가 축소되고 있다.
경제의 악순환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투자가 축소되면 고용이 축소된다. 투자가 확대될 때 발생하는 신규채용이 크게 줄면서 청년고용은 국가적 쟁점이 되고 있다. 더욱이 고용이 축소되면서 소득에 악영향을 주고 가계부채는 늘어난다. 소득은 줄고 부채는 늘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여력이 축소된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의 매출은 감소하게 되고, 다시 투자를 억제하고 만다. 경제의 순환 구조가 계속 붕괴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어 오면서 이전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사업재편 시 세제 혜택과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특별법까지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기업들이 투자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주는 대책에 국한된다.
'매출'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 줄 때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이윤은 매출에서 비용을 뺀 값으로 정의된다. 즉,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도 도움이 되겠지만,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투자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화와 섬유에서 조선과 철강으로 이전했듯이, 미래 새로운 먹거리가 발굴돼야 한다. 새로운 주력산업이 발굴돼야 한다. 부상하는 수출 대상국을 찾고 해당국에 적합한 유력 수출품목들을 발굴하며, 기업들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들에게 적합한 유망산업들을 지정해 주고, 해당 산업으로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주력산업은 곧 대장이요, 대장 없는 경제는 미래가 없다.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주력산업을 찾는데 주력할 때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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