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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중국에서 부활하는 레이거노믹스

바람아님 2016. 4. 13. 07:35

(출처-조선일보 2016.04.13 김기훈 이코노미조선 에디터)


김기훈 이코노미조선 에디터국제 유가 회복과 주가 안정으로 세계 경제가 한숨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저성장병(病)의 뿌리는 깊고도 깊은 듯하다.

심각한 경제 상황에 맞서는 각국 대응도 파격적이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애를 먹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기 회복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감세(減稅)와 규제 완화다. 감세와 규제 완화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자유주의자의 
상징적 구호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가를 통치하는 전형적 '큰 정부' 아닌가.

시 주석은 지난 1월 중앙재경영도소조 제12차 회의에서 "공급 체계가 수요 구조 변화에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며 
'공급측개혁(供給側改革)'을 강조했다. 
기업이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고품질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니 기업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경제 담당인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시 주석의 방침을 구체화한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기업과 개인의 납세 부담을 5600억위안(99조원) 더 덜어주고, 이 때문에 재정 적자가 대폭 늘어나더라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시 주석이 감세와 규제 완화를 들고나온 것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시행한 경기 부양책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유럽처럼 돈을 풀어 수출과 소비, 투자를 늘려왔다. 
하지만 끊임없는 기업 혁신을 통해 위기를 탈출한 미국과 달리 중국 경제는 2010년 이후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처럼 기업 혁신을 통해 경제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 아래 감세와 규제 완화로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시 주석이 내세운 공급경제학, 감세, 규제 완화의 상징적 지도자는 원래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었다. 
레이건은 불황을 타개하고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기 위해 과감하게 감세와 정부 예산 삭감,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는 1984년부터 5년간 연평균 4.2% 성장했고, 1000만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다만 소련과 군비 경쟁하느라 재정 적자는 심해졌다. 
이걸 의식해서인지 시 주석은 감세와 군비 축소를 함께 선언했다. 
시 주석이 레이거노믹스를 따라간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두 사람이 처한 경제 상황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당시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넘어 국민이 세율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중국은 아직 8100달러 수준이어서 감세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 
의회 중심 미국과 달리, 중국은 규제를 완화해도 공산당이 여전히 절대 권력을 장악한 정부 주도 경제다. 
하지만 감세와 규제 완화 정책이 갖는 의미는 자못 크다. 
세금은 한번 내리면 올리기 쉽지 않고, 규제는 한번 풀면 다시  묶기가 간단치 않다. 
공산당 권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는 모험인 셈이다. 
하지만 성장률 하락과 취업난 앞에서 절대 권력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20대 국회가 구성된다. 선거 바람에 묻혀 잠자고 있던 중요 경제 현안들이 다시 불거져 나올 것이다. 
한국 정치인들도 세계적 저성장과 취업난에 맞서 민생을 위해 모험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