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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發 칼바람 부나" 은행 후들.. 씨티그룹 "美·유럽서 10년간 170만명 해고될 것"

바람아님 2016. 4. 23. 00:34
국민일보 2016.04.21. 04:03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일 열린 핀테크(fintech) 데모데이에서 “핀테크는 기존 금융산업에 경쟁과 혁신을 불어넣을 신(新)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는 금융권의 축복이자 기회로 불린다. 하지만 시중은행 등에서는 P2P(개인 간) 대출, 인터넷 전문은행 등의 출현으로 먹거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모바일 거래 활성화로 오프라인 지점이 줄고 있어 대규모 인력 감축 우려도 엄습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발표한 ‘디지털 파괴(digital distruption)’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핀테크 자동화로 향후 10년간 미국과 유럽 은행권에서 170만명이 해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할 때 은행원이 40∼45% 감축될 거라는 분석이다.


한국 금융권에도 이런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일 주요 4대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로 대체 가능한 영역은 사실상 무궁무진해질 것”이라며 “적어도 20∼30년 후에는 은행원이 비전 있는 직종으로 꼽히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은행 인력 수는 자동화 여파로 축소세다. 대출사업 부문 종사자도 위태롭다. P2P대출, 크라우드펀딩을 은행 등에서 본격적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 관계자는 “개개인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파고드는 등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라 기존 시스템으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거래 등 도입으로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수료 수입 비중이 30∼40%까지 떨어져 다른 수익원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며 “투자은행(IB)을 키운다고 하는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만 성공한 투자은행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은행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파견 신청에 모집인력의 10배가 모이기도 했다. 기존 투자업무에도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입되고 있다.


그래도 핀테크 산업이 기존 금융회사와 상생·협력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핀테크가 주력하는 중금리 대출은 원래 은행이 다뤘던 영역이 아니다”며 “은행이 진출하지 않는다고 큰 손해를 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 일자리가 줄어드는 만큼 핀테크 업종에서 새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시중은행들도 핀테크에서 착안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계속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존 금융권의 살길은 투자와 인력 확충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전체 직원의 4분의 1 규모인 9000여명의 기술인력을 새로 고용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심윤보 연구원은 “해외 주요 금융회사의 대응을 참고해 기술인력을 확충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최근 금융회사들의 고용형태가 계약직 중심으로 가는 등 불안정해지고 있다”며 “기술이 발전된다고 인력을 지나치게 유연화하면 금융 안정성의 토대가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