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대일로 전략을 꿰뚫어야 보이는 문제다. 답은 중국 해상실크로드 핵심 거점이다. 과다르와 지부티는 이미 확보됐다. 거제도는 한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시 풀면 해상실크로드의 서진(西進) 거점은 확보됐는데 동진(東進) 발판은 아직 중국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들 3개 지역은 무역 요충지다. 하지만 군사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중국 해상실크로드 전략의 민낯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다르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파키스탄을 방문해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건설에 합의했다. 파키스탄서부 과다르항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스를 도로와 철도, 가스관 등으로 연결하는 3000km 경제벨트를 만들자는 게 골자다. 물론 시 주석은 50조원 규모의 파키스탄 인프라 건설 지원이라는 돈 보따리를 풀었다.
경제회랑의 시발점인 과다르항은 페르시아만 입구에 있고 파키스탄 수도 카라치에서 533km, 이란 국경에서 120km 떨어져 있다. 인도양 진출의 거점이자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교두보이기도 하다. 이뿐인가. 페르시아만을 둘러싼 중동지역은 세계 석유의 3분의2가 매장된 에너지 보고여서 중국 에너지 수송로 안전을 확보하는 이만한 항구가 없다.
시 주석이 다녀가고 7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중국과 파키스탄은 과다르항 자유무역지대의 부지 1.6㎢를 43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 미국의 봉쇄를 뚫고 인도양 진출 거점을 확보하는 순간이다. 우선 돈(경제)으로 파키스탄을 묶어두고 군사 거점에 도장을 찍게 하는 중국다운 전술이다.
역시 지난해 11월 일이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지부티는 우호국가로서 양국 간에 (군사기지)관련 시설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알고보니 아덴만과 홍해에 인접한 지부티의 한 항구를 향후 10년간 군사기지로 사용하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를 본 것이다. 물론 중국은 테러와 해적 대응 기지라고 설명했지만 그대로 믿을 바보가 어디있는가. 당시 데이비드 로드리게스 미군 아프리카 사령관은 “중국이 지브티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면 아프리카의 첫 군사 거점이 되고 주변의 (군사적)영향력 확장을 위한 물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는 중국이 50년 전부터 공을 들인 중국의 안마당이다. 중국이 아프리카 내 자국 이익을 지키고 유럽으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원려의 소산(所産)이라 할 수 있겠다.
한달 후인 지난해 12월, 이번엔 일본의 아사히 신문이 “박근혜정부 출범한 직후인 지난 2013년 초 중국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의 부두 시설을 중국 기업에 장기 임대해달라는 요청을 청와대와 국방부에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가 강력하게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는 부연도 곁들였다. 언뜻 봐도 기업을 앞세워 거제도 항구를 임대한 후 일본과 한국을 상대로 한 군사적 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장차 중국 해군이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중국 외교부는 관련 보도에 대해 펄펄 뛰며 “관련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평가할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지만 말이다.
중국의 주변국 군사기지 확보 전략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스리랑카 콜롬보 항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방글라데시와 몰디브, 캄보디아, 예멘 등에서도 항만 개발을 계획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우성리(吳勝利) 해군 사령관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자국 함선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를 확보하기도 했다.
일대일로 선포 후 계속되고 있는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대양해군을 위한 진주목걸이 전략이 하나씩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있다. 진주목걸이 전략이란 중국이 중동에서 남중국해에 이르는 해역에 거점 항구들을 확보해 자국 에너지 자원을 지키고 대양해군의 꿈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들 항구들을 이으면 진주목걸이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부즈앨런해밀턴이 2005년 1월 미 국방부 의뢰로 작성한 ‘아시아에서의 에너지미래보고서’에서 사용한 말이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이 진주목걸이가 남중국해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장차 한국의 남해로 연장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의 거제도 항구 임대 문의는 앞으로 중국 함대가 끊임없이 남해 진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일대일로가 경제와 문화·인문을 넘어 우리의 안보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경고다.
최형규 중국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