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언론 "지속적 통제강화와 대조"…'완화 행보'로 보긴 어려울 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 50주년(5월16일)을 앞두고 당의 정책에 대한 지식인들의 반대 목소리를 허용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3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최근 지방시찰 도중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에서 '지식분자(지식인) 대표 좌담회'를 열고 공산당과 정부는 지식인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과 정부의 관리들은 지식인 사이에서 제기되는 반대 목소리를 포용해야 한다며 "설령 (정부 정책에 대한) 그들의 의견에 편견이 있고 정확하지 않더라도, 꼬투리를 잡고, 몽둥이질을 하고, 딱지를 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인간은 신선이 아니다. 제시하는 의견과 비판이 100% 정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관료들이 지식인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것은 당을 위한 매우 중요한 임무라면서 "우리는 그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그들의 비판은 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이처럼 '온건한 발언'은 기존의 고압적 정책과는 대조되는 것이라며 배경이 주목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시진핑 체제 들어 중국 당국은 소셜미디어 공간을 엄격히 통제하고 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목소리를 내는 계정을 폐쇄하는 등 각종 언론, 사상통제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파워블로거 런즈창(任志强·65) 전 화위안(華遠)그룹 회장은 최근 관영언론들의 시 주석에 대한 '충성맹세'를 비판했다가 '엄중한 기율위반' 혐의로 처벌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시 주석의 발언이 수많은 지식인이 '우파'로 몰려 처형됐던 문혁 50주년을 앞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의 극좌노선과의 차별화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몽둥이질'(打棍子), '딱지 붙이기'(구<재방변+口>帽子) 등의 표현은 문혁 시기 에 자행된 무차별적인 지식인 탄압을 비판할 때 종종 사용된다.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勛)은 문혁 시절 반당분자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시 주석 본인도 1969년 15살의 나이로 산시성(陝西省)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에 있는 량자허(梁家河)촌으로 하방돼 22살까지 생활했다.
SCMP는 시 주석이 지난주 열린 '인터넷 안보 및 정보화' 업무좌담회에서도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국가 정책에 대한) 선의의 비판을 더욱 포용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고 전하며 최근 들어 그의 '온건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을 사상·언론통제의 완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 주석은 지난 2월 열린 '신문여론공작좌담회'에서 모든 관련 언론들에 대해 "당의 의지를 체현하고 당의 주장을 반영하라"고 요구하는 언론과 인터넷사이트 등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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