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법 때문일까. 법 이전에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의무인 생명에 대한 존엄과 경외심은 도대체 어디다 버렸을까. 생명체는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데, 아이와 단 한 번이라도 눈을 맞춰 보았다면 어떻게 낳은 자식을 쓰레기 취급을 할 수 있을까. 아기가 포동포동 작고 귀여운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을 힘주어 꽉 잡은 채 엄마와 눈을 맞추고 이도 없는 잇몸을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날리며, 외계인의 언어 같은 옹알이와 온몸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엄마와 얼마나 깊은 교감을 나누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아기는 출생과 더불어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삶의 터전인 가정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무책임한 부모에게 버림받아 삶의 위기에 빠지거나 입양 후 다시 버려져 안정된 가정에서 성장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좋은 가정이나 양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강한 혈연의식이 뿌리 내린 우리 사회의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버려진 아기를 거두어 한 인격체로 키워내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다. 많은 선행 중에 입양만큼 가치 있고 아름다운 실천이 또 있을까. 입양은 아이가 부모에게 오는 또 다른 길이다. 생물학적 자녀가 아닐지라도 가슴으로 산고를 겪고 나면 다 같은 자식이라며 기쁨으로 생명을 거두는 입양가정에 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김세원(에세이스트)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며 사랑하며-부희령] 병원 복도에서 (0) | 2016.05.12 |
---|---|
[노트북을 열며] 못 쉰 자들의 배 아픔이라 치부하지 말라 (0) | 2016.05.11 |
[문소영의 컬처 스토리] 전통이 재미있으면 하지 말래도 한다 (0) | 2016.05.10 |
[살며 사랑하며-유형진] 꽃이 지고, 진 꽃은 물따라 흐르고 (0) | 2016.05.09 |
[노트북을 열며] 콩나물에 물 붓기 (0) | 201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