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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내 손을 꼭 잡아 주세요

바람아님 2016. 5. 10. 23:49
국민일보 2016.05.10. 19:51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존재다.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누려보기도 전에 아기들이 몹쓸 엄마들 손에 쓰레기처럼 버려져 죽거나 인터넷을 통해 소중한 생명이 값싼 물건처럼 불법 거래되어 결국은 아기 학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입양아가 나중에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인 입양특례법으로 오히려 공식 입양을 꺼리고 인터넷을 통한 신생아 밀거래나 베이비박스에 보내지는 사례가 더 많아졌단다.

정말 법 때문일까. 법 이전에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의무인 생명에 대한 존엄과 경외심은 도대체 어디다 버렸을까. 생명체는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데, 아이와 단 한 번이라도 눈을 맞춰 보았다면 어떻게 낳은 자식을 쓰레기 취급을 할 수 있을까. 아기가 포동포동 작고 귀여운 손으로 엄마의 손가락을 힘주어 꽉 잡은 채 엄마와 눈을 맞추고 이도 없는 잇몸을 드러내고 함박웃음을 날리며, 외계인의 언어 같은 옹알이와 온몸으로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엄마와 얼마나 깊은 교감을 나누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아기는 출생과 더불어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으며 삶의 터전인 가정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 그런데 태어나자마자 무책임한 부모에게 버림받아 삶의 위기에 빠지거나 입양 후 다시 버려져 안정된 가정에서 성장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좋은 가정이나 양부모를 만나는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강한 혈연의식이 뿌리 내린 우리 사회의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버려진 아기를 거두어 한 인격체로 키워내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다. 많은 선행 중에 입양만큼 가치 있고 아름다운 실천이 또 있을까. 입양은 아이가 부모에게 오는 또 다른 길이다. 생물학적 자녀가 아닐지라도 가슴으로 산고를 겪고 나면 다 같은 자식이라며 기쁨으로 생명을 거두는 입양가정에 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한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