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6.13 조중식 디지털뉴스본부 취재팀장)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한국 벤처업계의 스타다.
27세에 창업해 시가총액이 8조원이 넘는 기업들을 일구었고, 본인은 5조원대 거부(巨富)가 됐다.
그가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도록 해 '주식 대박'을 안겨주었다.
이것은 단순한 특혜 사건만이 아니다.
한국 벤처기업 생태계에 해악을 끼친 사건이다.
넥슨이 2011년 12월 도쿄 증시에 상장하기 전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진 검사장이 보유한 주식은
85만3700주, 0.23% 지분이었다.
김정주 창업자의 친구 박성준씨와 김상헌 네이버 대표도 같은 수의 주식을 갖고 있었다.
회사는 이들에게 매입 자금까지 빌려줬다.
넥슨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던 3명에게 친구, 선배라는 이유로 '대박'의 기회를 주었다.
여기까지는 '특혜'의 문제다.
그 보고서의 '주주 상황'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9명의 개인 주요 주주 실명(實名)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넥슨의 '영웅'들이다.
넥슨이 지난해 출판한 '플레이'라는 책에는 그 영웅들의 활약상이 나온다.
단연 빛나는 인물은 김정주와 송재경, 정상원이다.
천재 프로그래머인 송재경은 김정주와 함께 넥슨을 창업했고,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다.
정상원은 송재경이 넥슨을 떠난 이후 '바람의 나라'를 완성시키고, 넥슨의 게임 개발을 총괄했다.
하지만 39명 주주 명단에 두 사람의 이름은 없다.
송재경이 넥슨을 일찍 떠났고, 정상원도 9년간 떠났다가 다시 합류했기에 지분을 처분했을 수 있다.
또 다른 영웅인 정영석 부분에 이르면 이해가 안 된다. 정영석은 넥슨의 초(超)대박 게임 '카트라이더' 개발자다.
PC방 부동의 1위 게임이던 스타크래프트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던 '국민 게임'이다.
그런 정영석의 지분이 진경준, 박성준, 김상헌과 비슷한 0.28%였다.
넥슨코리아 대표를 지냈던 권준모는 0.18% 지분밖에 없었다.
현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박지원은 진 검사장의 절반 정도인 0.12%였고, 박지원과 단짝을 이뤘던 김태환(현 미국 법인
게임사업 총괄)은 주주 명단에 이름조차 없었다.
실리콘밸리가 왜 벤처기업들의 요람이자 혁신의 상징인가. '페이팔 마피아'가 이야기해준다.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 창업 동지들은 회사를 이베이에 매각해 대박을 터뜨렸다.
그 돈으로 각자 새로운 창업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는 그 돈으로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 최대 주주가 됐고,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화물선업체 스페이스엑스를 창업했다.
스티브 천은 유튜브를 만들었다. 리드 호프먼은 링크트인을, 제러미 스토플먼은 옐프를 창업했다.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벤처 투자자가 됐다.
페이팔 창업 성공이 수많은 연쇄 창업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성공의 과실(果實)을 독점하지 않고 새로운 창업과 혁 신이 이어지도록 공유했기에 가능했다.
이것이 건강한 벤처 생태계다.
김정주 창업자는 비슷한 시기 벤처기업을 창업한 또래 창업자들 중에서 기업 지배 지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는 창업 동지들에게 인색하면서 진 검사장 등에게는 과도한 특혜를 주었다.
김정주는 창업 동지들, 밤새워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들을 배신했다.
한국 벤처 생태계를 배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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