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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칼럼] 더 똑똑하게 만들자

바람아님 2016. 6. 19. 00:01
[중앙일보] 입력 2016.06.1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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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오늘날 한국에서 불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은 1980년대 말 내가 일본 도쿄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영광스러운 전성기를 구가하던 모토로라를 떠올리게 만든다. 나는 정보기술(IT) 강국 일본마저도 따라올 수 없는 가장 얇고 가장 강력한 휴대전화를 미국이 만든다는 사실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당시 성공에 취해 있었다. 모토로라는 장기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마케팅과 판매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미국 산업계는 이윤에 집착하게 됐고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기를 중단했다.

나는 한국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장악력을 상실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중국·베트남 등 세계의 다른 곳에서 더 저렴하고 보다 정교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또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현재의 긍정적인 이미지나 단기적인 시장 점유율에 안주한다면 정상에 계속 머무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의 뿌리는 생각보다 훨씬 깊다. 한국 스마트폰의 디자인은 세계 다른 곳에서 생산되는 것들과 동일하다. 한국 스마트폰에는 한국만의 독특한 레이아웃·디자인·패턴이 없다. 프로그램에는 한국의 전통 예술에 바탕을 둔 그래픽이 없다. 오히려 한국 스마트폰은 그 어떤 의미에서건 ‘한국적으로 보이면 안 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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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수많은 창의적인 한국 젊은이들은 이모티콘과 앱의 생산 과정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배제돼 있다. 고등학생들은 쉽게 이모티콘을 디자인해 서로서로 혹은 세계 곳곳의 다른 젊은이들과 사고팔 수 없다. 대학생들은 유연성이나 창의성 측면에서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을 쉽게 확보할 수 없다. 자금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 젊은이들은 동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탄탄하고 역동적인 사이버공간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도처에 공장을 건설했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생산 자체가 점점 한국과는 무관한 일이 돼 가고 있다. 생산은 해외에서 하더라도 스마트폰에서 또 다른 스마트폰으로 흘러가는 문화만은 한국 젊은이들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고팔 때 스마트폰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스마트폰은 엄청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가능성이 현실이 되려면 우리는 건강한 스마트폰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서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우리 시대의 정치·사회·환경·경제 이슈를 다루는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스마트폰은 거대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고 의미 없는 일에 대해 채팅하며 하루하루 인생을 낭비한다면 18세 이하 사람들에게는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그저 단기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스마트폰 테크놀로지의 남용이 다음 세대의 창의적인 잠재력을 파괴하도록 방관할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 윤리적인 원칙과 공동체 의식을 제공하는 게 스마트폰의 주된 목표가 돼야 한다. 젊은이들이 보다 나은 미래 사이버공간을 건설하는 데 영감을 주기 위해서다.

건강하고 창의적인 스마트폰 문화를 창달하는 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사회 공헌이나 예술 표현같이 젊은이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보다 큰 프로젝트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정의(定義)하는 문화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재미나 소비 외에 스마트폰에 보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나는 본적이 없다.

명상과 호흡운동을 어떻게 스마트폰 사용에 통합시킬 수 있을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집중력을 저해하는 반복적인 패턴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시간 보내기와 명상, 심호흡을 적절히 순환시키지 않으면 사용자의 행동은 보다 수동적이 되거나 심지어는 강박적이 된다. 우리는 스마트폰 사용이 시민의 사회적 역할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되도록 만드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사용자는 자신을 서비스받는 고객이 아니라 활기 넘치는 온라인 사회를 만들 책임과 의무가 있는 시민으로 간주해야 한다.

한국이 스마트폰 생산의 정상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기기 그 자체를 넘어서는 사고를 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포털로 기능하는 예술과 문학과 공동체를 사이버공간에 어떻게 창조할지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긍정적인 글로벌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와 서비스를 어떻게 넘어설지 상상할 수 없다면,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은 한국인들이 그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도록 방치하는 또 다른 황금 기회가 돼버릴 것이라고 나는 우려한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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