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日 구조조정 더뎌 장기불황.. 한국은 구조조정 속도 높여야"

바람아님 2016. 6. 24. 00:35

[한국, 저성장 일본 반면교사 삼아라(1)]


파이낸셜뉴스 : 2016.06.22 18:03

파이낸셜뉴스 창간 16주년 기획, 저성장 극복 '소프트 파워'에 길이 있다日 경제 전문가의 조언,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日, 채무 등 과감히 정리못해 90년대 후반부터 합병 등 속도韓, 구시대적 토목·건설 안돼.. SOC 과잉땐 日의 실패 답습고령화 대책에 재정 투입해야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

【 도쿄(일본)=김용훈 기자】 "일본의 구조조정은 그 속도가 너무 더뎠다. 한국이 구조조정 효과를 보려면 무엇보다 '속도'가 관건이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사진)은 지난 16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산업구조조정에 돌입한 한국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불경기와 중국의 발전에 따른 국제적 분업체계의 변화 등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정부를 비롯, 각종 기득권 집단이 구조조정을 방해했고 새로운 혁신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장기불황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지난해 말부터 논의됐던 이른바 '원샷법(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이 올해 2월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원샷법은 합병, 분할 등 기업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이지만 재벌가의 후계작업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통과가 늦어졌다. 원샷법은 지난 1999년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과 흡사하다.

이어 그는 "일본 역시 장기불황 초기엔 문제를 잘 파악하지 못해 과잉 채무.설비.인력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해 부실기업이 확대되고 은행의 부실이 심각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며 "다만 1990년대 후반부터 기업 간 합병 및 경쟁사 간 통합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무코야마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한 다음 단계는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은 소니, 파나소닉, 샤프 같은 전자산업은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반면 도요타·닛산(자동차), 락텐·소프트뱅크(IT), 오릭스(금융)처럼 서둘러 경쟁력을 강화한 기업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한국 정부가 재정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서도 앞선 구시대적인 토목과 건설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일본은 신칸센 확장, 핵발전소 건설, 도쿄올림픽 관련 경기장 개축 등 효율성이 낮은 공공사업에 투자했지만, 이로 인해 국가경제가 나아지고 내수가 확대됐다고는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내수진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에 재정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는 셈이다. 실제 한국은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 건설, 수서발 KTX 건설 등 여전히 토목 건설에 돈을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2004년도 SOC 축적도 조사에서 SOC가 충분히 과잉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도로건설은 당시에 전면중지해도 120% 과잉이었고, 공항 역시 예상수요보다 더 증설됐다. 실제 2004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재정지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4%인데 비해 한국은 5.6~6.4%로 최소 2~3%포인트 더 높다. 현재 수준에선 연간 30조~45조원 정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는 정부가 SOC가 아닌 현재 고령화되고 있는 인구구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코야마 연구원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 역시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동시에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노후가 불안한 이들이 지갑을 열 리 없다. 정부의 재정은 여기에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은?

무코야마 수석주임연구원은 주오대학교 법학연구과 박사 후기과정 중퇴, 미국 뉴욕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증권사 경제연구소를 거쳐 1992년 사쿠라종합연구소에 입사했다. 현재 일본종합연구소 조사부 소속으로 한국 거시경제분석을 주력분야로 하고 있다.

주오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강사로도 일하며 환태평양산업연관학회, 아시아정경학회, 일본중소기업학회에 소속돼 있다. 앞서 '한국.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교섭 타결'(2009년 8월),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큰 오산'(2008년 7월)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주요 저서로는 동아시아경제통합의 길, 중국을 향한 아시아, 아시아를 향한 중국, 아시아 경제발전과 중소기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