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日 닮은 노령화·저금리.. 사회보장 늘려 국민불안 잠재워야

바람아님 2016. 6. 25. 00:19

[한국, 저성장 일본 반면교사 삼아라(1)]


파이낸셜뉴스 : 2016.06.22 18:03

파이낸셜뉴스 창간 16주년 기획, 저성장 극복 '소프트 파워'에 길이 있다
일본 답습하는 한국.. 대응 서둘러라
GDP갭 마이너스는 '장기침체'의 징후.. 기업·금융 부채비율 낮은 것은 희망적
한국, 일본의 20년전과 인구구조 유사.. 노동력 감소는 장기불황 초래할 원인


 '어제의 일본에서 내일의 한국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톺아보면, 20년 전 일본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가장 뚜렷한 것이 바로 노령화되고 있는 인구구조다. 또 국내총생산(GDP)과 잠재GDP 간의 차이를 의미하는 GDP갭이 수년 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당시의 일본과 똑같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릴 수 있는 여성고용률 역시 1994년 일본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 뿐인가. 일본의 기준금리가 1.5%까지 내려왔던 시점도 1995년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6월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낮췄다. 이 모든 징후들이 한국 역시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장기불황의 초입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이에 따라 파이낸셜뉴스는 창간을 맞이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자는 기획을 마련했다.

■'한강의 기적' 옛말…장기불황 그림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던 한국 경제의 역동성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1년 이후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지난 2011년 3.7%(세계 경제성장률 4.2%)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2.3%(3.4%), 2013년 2.9%(3.3%), 2014년 3.3%(3.4%), 2015년 2.6%(3.1%)를 기록하며 저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우리 정부는 경제성장률 3.1%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이미 2%대로 수정했고,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2%대로 하향조정했다. JP모간,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노무라, 씨티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애초부터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같은 저성장의 이유를 세계 경제가 침체된 탓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한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경제에 대한 비교연구 결과를 담은 연구보고서 '불황터널'의 저자인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IMF가 발표하는 GDP갭을 보면 우리 역시 일본식 장기침체에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GDP갭은 실제 GDP와 잠재 GDP의 괴리를 보여주는 지표다. 잠재 GDP는 활용 가능한 모든 생산 요소를 100% 사용했을 때 생산해 낼 수 있는 GDP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속 4년간 GDP갭이 마이너스다. 2015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일본의 장기침체 초기(1992~1995년) 당시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오카자키 데쓰지 도쿄대 교수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
■日보다 2배 빠른 韓 고령화

게다가 이런 현상은 고령화되는 인구구조 탓에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3.1%로 추계된다. 10년 뒤인 2025년의 한국에선 그 비율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2005년에 고령자 비율이 20%가 됐다. 일본에선 13년에 걸쳐서 일어난 일이 한국에선 10년 만에 일어난다는 말이다.

오카자키 데쓰지 도쿄대 교수는 "현재 한국은 20년 전 일본과 유사한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의 속도가 일본보다도 2배 정도 빠르다"며 "일본의 경우 인구 고령화가 장기침체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력 감소는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에 진입할 수 있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구조 뿐 아니라 나라의 주요 먹거리가 제조업이란 산업의 문제 역시 공통점이다. '우리는 일본을 닮아가는가'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지평 LG경제연구원 박사는 "당시 일본의 생산성 상승이 멈춘 것을 일본의 고성장을 이끌었던 성장방식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2015년 통관기준 수출액은 5270억달러로 2011년보다 금액이 줄었다"고 경고했다.

과거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에 밀려 뒷방신세가 됐던 것처럼,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샤오미, 화웨이 등의 등장으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 기업이 등장하면서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에서 가격경쟁력 등의 문제로 인해 수출길이 꽉 막혔다.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국 조선업계가 직면한 위기다.

■재정 어디에 쓰나·…"사회보장 주목"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일본처럼 0%대를 넘나드는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

박상준 교수는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기업들이 줄도산했고 이 탓에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급증했다"며 "반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우리 기업의 부채비율은 150%를 넘지 않고, 금융권의 부실채권비율도 2%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에 비해 우리가 나은 점은 또 있다. 일본 정부에 비해 우리 정부의 재정이 튼튼하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 중앙정부의 채무는 GDP의 210~220%에 달하지만, 한국은 그 비율이 35~4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지만 한국정부는 부채보다 금융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한국의 재정건전성 정도는 OECD 내에서도 수위권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술원 교수는 "한국은 일본 같은 양적완화가 불가능하고 금리정책의 효과가 의문시되기 때문에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지출을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하다"며 "소비가 늘지 않는 것은 노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사회간접자본(SOC)이 아닌 사회보장에 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