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기 힘든 매력으로 사랑받는 사진이 있다. 이 작품은 1955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처음 기획된 후 전 세계 순회 전시로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인간 가족(The Family of Man)전의 마지막 사진이다. 안락하고 평화로운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의 이면에는고통과 좌절 속에 웅크렸던 작가가 있었다.
자부심 넘치는 원칙주의자였던 유진 스미스(Eugene Smith·1918~1978)는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향해 부단히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사진가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십대에 이미 자신의 사진을 팔기 시작했던 그는 사진이야말로 시대와 인간을 증언하는 도구라는 신념으로 무장하고 수많은 역작을 남겼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중에 '라이프(LIFE)' 소속으로 미군을 따라 일본 등지에서 취재했던 사진들은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던 중 치명적 부상을 입게 된다. 2년간 지속된 수술과 요양으로 완전히 활동을 멈추고 있던 어느 날 아이들에게 이끌려 집 근처를 산책하던 중 그는 우연처럼 손에 들려 있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그에게 익숙한 치열함의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일상적 장면에서 또 하나의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죽을 만큼 힘들고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좌절을 느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런 고통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사진이 주는 위로는 아이들의 걸음걸이가 의지에 가득 찬 전진이라기보다는
그저 빛을 향해 본능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힘겹고 지칠 땐 목표를 향해 억지로 힘겹게 내딛는 대신
잠시 멈춰 서서 자연스럽게 때가 이르기를 기다려도 될 것 같다.
빛이 인도하는 곳으로 향하기만 해도
그 너머에 낙원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우리의 마음을 다독인다.
(출처-조선일보 2013.7.11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 교수, 사진작가
소속 :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전문연구원)
학력 : 연세대학교 대학원 시각심리학 박사
경력 : 한국연구재단 기초학문 연구과제 연구책임자
한국사진학회 학술출판 담당이사
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주요 저서)
마음으로 사진읽기, 중앙북스 2013년
거울 신화, 뿔 2007년 / 사진, 읽기 혹은 보기 시몽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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