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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5] 중국의 인구문제

바람아님 2013. 7. 11. 08:35

(출처- 조선일보 2009.05.01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중국의 인구는 그 자체로 늘 세계사적인 중요성을 띤다. 현재 중국 인구는 13억명을 넘었으며, 2030년대 초반 15억명의 인구로 정점을 차지한 후 성장을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역사통계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오늘날뿐 아니라 역사상 거의 대부분의 시기에 중국 인구는 세계인구 가운데 5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지나치게 많은 인구가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판단해서 한 가정의 자녀 수를 한명으로 제한하는 엄격한 출산 제한 정책을 시행했다. 심지어 둘째 아이는 아예 공식 기록에 올리지도 못하고 학교에도 못 갈 정도였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노정하고 있다.

첫째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극심한 성비 불균형이다. 출생 시 정상적인 남녀 성비는 대략 딸 100 대 아들 105 정도다. 그런데 현재 중국에는 이 비율이 100 대 117이며, 첫째 아이가 딸일 경우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지역에서는 무려 100 대 143까지 이르렀다. 현재 9세 이하의 아이들 가운데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1280만명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2020년에는 평생 결혼을 하지 못하는 남자가 최대 4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4000만명의 홀아비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둘째는 인구노령화다. 한 가정 한 아이 낳기 운동을 수십년 지속하다 보니 갈수록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젊은 세대의 충원이 미흡하다. 2020년쯤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1.8%가 될 것이고, 금세기 중반에는 25%까지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일할 사람은 줄고 부양받아야 할 사람은 계속 늘어나니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역사학자들은 중국의 지나치게 풍부한 노동력이 기술 개발과 보급을 저해한 요인 중 하나라고 해석해 왔다. 기중기를 사용하는 대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선박을 들어올릴 정도로 인력 하나만은 풍부했던 이 나라가 아마도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중국이 계속 발전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이러한 인구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