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 뉴욕 쿠로스

바람아님 2013. 7. 12. 07:04

(출처-조선일보  2011.04.05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 뉴욕 쿠로스

8등신 체격, 초콜릿 복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미남을 가리켜 흔히들 "그리스 조각 같"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 조각이 처음부터 훤칠한 미남자였던 것은 아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소장한 쿠로스는 미남과는 거리가 먼 초기 그리스 조각의 원형을 

보여준다. '쿠로스(Kouros)'란 '젊은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기원전 600년경부터 제작된 

젊은 남성의 누드상을 일컫는 용어다. 쿠로스는 대체로 실제 인물 크기를 웃도는 대리석상으로, 

긴 머리에는 띠를 두르고, 양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왼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서 있는 모습이 

전형적이다. 많은 쿠로스가 아폴로신을 섬기는 신전에 봉헌되거나, 죽은 자를 추모하기 위한 

비석처럼 쓰였고, 일부는 영웅적인 운동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쿠로스의 정형화된 

포즈와 누드가 지니는 의미, 구체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뉴욕 쿠로스는 지나치게 큰 눈을 부릅뜨고 입술을 어색하게 다물고 있다. 상하좌우 대칭으로 

그린 듯한 근육과 뻣뻣한 팔다리는 조각이 실제 인체를 묘사했다기보다는, 사전에 정해진 

규격과 공식에 맞춰 제작됐음을 보여준다. 어설프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이 조각상 이후 

그리스 조각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했다. 그리스인들은 끊임없이 인체의 구조와 

운동의 역학을 연구하면서, 해부학적으로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이상적인 인물상을 

창조해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남 조각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기존의 관습에 안주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한 것이 서양 문화의 원천이 된 그리스 문명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