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7] 카라바조, 성(聖)마태의 소명

바람아님 2013. 7. 13. 08:59

(출처-조선일보 2011.04.12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거장 카라바조(Caravaggio·1571~ 1610)의 그림 '성(聖)마태의 소명'은 로마의 산루이지 데이 프란체시 교회에 걸려 있다. 징세원 마태가 멋지게 차려입은 한량들과 함께 금화를 쌓아둔 도박판에 앉아 있다. 수척한 얼굴에 거친 옷 아래로 맨발을 드러낸 예수 그리스도는 베드로와 함께 마태를 향해 걸어 들어온다. 예수의 겸허한 등장은 화면 속에 강렬한 빛을 불러일으켰다. 천상의 빛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지상의 빛을 극적으로 압도하며, 세속적 욕심에 잠겨 있는 어둠을 갈라놓는다.

'성(聖)마태의 소명' (The calling of saint Matthew)

신성한 구원의 세계와 공허한 탐욕의 세계 사이를 연결하는 것은 마태를 부르기 위해 고요하게 들어 올린 예수의 손이다. 카라바조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천장화 중 갓 태어난 아담의 손을 본떠서 예수의 손을 그렸다. 아담이 신의 손을 통해 생명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예수는 마태에게 새로운 소명을 불어넣는 중이다. 다른 이들은 아무도 예수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지만, 섬광 같은 깨달음을 얻은 마태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켜 부름을 받았음을 확인한다.
작품이 걸려 있는 예배당은 실제로 그림의 오른쪽으로부터 빛이 들어오는 구조다. 그림 속의 신비로운 빛이 현실의 공간까지 연장된 셈이다. 카라바조는 그림을 보는 이가 이 놀라운 순간에 동참할 수 있도록 테이블의 한 자리를 비워두었다. 가톨릭 신자여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그 앞에 서면 누구나 마태처럼 확고한 부름을 받기를 소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