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0] 왓슨과 상어

바람아님 2013. 7. 15. 07:15
  • (출처-조선일보 2011.05.03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 1749년 쿠바의 아바나 항구, 삼촌의 뱃일을 돕던 14세의 영국인 고아 브룩 왓슨(Watson)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홀로 수영하던 그에게 거대한 상어가 달려들었던 것이다. 인근의 뱃사람들에게 구조되었을 때에는 이미 왼쪽 발목이 뜯겨나간 이후였다. 영국에서 활동했던 미국인 화가 존 싱글턴 코플리(John Singleton Copley· 1738~1815)의 '왓슨과 상어'(1778·사진)는 왓슨의 의뢰로 악몽 같은 그날의 기억을 그린 그림이다.


    절박하게 손을 내미는 왓슨을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낸 상어가 덮치려 하고 있다. 선원들은 온몸을 던져 소년을 붙잡으려 한다. 그 혼란의 정점에서 한 젊은이가 상어의 등판에 결연하게 작살을 내리꽂는다. 젊은이의 모습은 사악한 용을 물리친 대천사 미카엘을 그린 성화(聖畵)를 연상시킨다. 코플리는 왓슨의 경험담으로부터 절체절명의 위기에 기적 같은 구원이 이루어지는 감동의 드라마를 이끌어냈다.


    왓슨은 평생 의족으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상인으로 성공하고 런던 시장으로 선출되는 영예까지 누렸다. 죽음의 문턱에서 필사적으로 그를 건져 올린 이들이 있었기에, 고아인 데다 장애인이었던 왓슨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왓슨은 이 그림을 빈곤층 자녀를 위한 기숙학교에 유증(遺贈)했다. 그는 자신처럼 어려운 처지의 학생들에게 두려움 없이 세상의 바다에 뛰어들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경쟁의 밑바닥에서 힘없이 허우적대는 학생이 있다면, 반드시 큰 소리로 구원을 청하고 손을 뻗으라고 하고 싶다. 그의 주위에는 필사적으로 그를 끌어올려줄 사람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