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속담이 요즘엔 완전히 무색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을 빠져나간 인구는 1만1958명에 달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순유출이 가장 많다. 반면 제주도에는 5월 한 달간 1458명이 순유입했다. 경기도, 세종시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서울 인구는 1990년대 들어 본격 순유출로 돌아서, 최근에는 매년 10만명 안팎이 서울을 떠나고 있다. 이에 비해 제주도 순유입 규모는 2010년 437명이던 것이 이후 매년 수천명씩 늘어 2014년 처음 1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만4000여명에 달했다.
제주뿐 아니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중에는 인구 유출이 정체되거나 순유입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하나둘 생기고 있다. ‘탈(脫)서울’ 내지는 ‘탈도시화’에 따른 현상이다. 고령화에 따른 은퇴인구 증가 영향도 있지만 복잡하고 각박한 서울보다는 좀 더 여유롭고 한적한 지방을 찾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시골 생활도 생각만큼 녹록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지역적 건강불평등과 개인 및 지역 수준의 건강 결정요인’에 따르면 시골생활이 도시보다 더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의 스트레스 지수는 22.88인 데 비해 비(非)도시는 23.08이었다. 수도권(22.96)을 비수도권(22.99)과 비교한 결과도 비슷했다. 인구 수로 봐도 인구가 적은 시골일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눈에 띄게 높게 나왔다.
특히 도시 지역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스트레스가 낮은 반면 시골에서는 60대 이후 오히려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도시엔 여가 및 의료시설이 많고 대중교통도 편한 반면 시골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비만도나 질병 유병률 역시 서울보다 시골에서,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높게 나왔다. 은퇴 후 맑은 물과 공기를 찾아 나선 귀농귀촌이 자칫 역효과만 불러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고령자들이 주로 도시에 몰려 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역시 행복은 단순히 ‘어디에 사느냐’로만 귀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김선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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