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 남성들끼리 가치를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미국의 여성비평가 이브 세지윅은 남성의 ‘동성사회성’이라고 했다. 여성에 대한 우월감, 여성을 상품화하는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성적 주체로서의 남성임을 서로 확인해준다는 것이다. 남자들끼리 모인 자리에 음담패설이 빠지지 않고, 상당한 사회적 지위의 점잖은 사람조차 동창 모임에 나가면 낯뜨거운 동영상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것이 그런 예다. 세지윅의 진단대로라면 ‘호모소셜’이라는 남성 집단이 정체성을 확인하는 수단이 바로 여성혐오다.
▦ 남성 역차별 논란이 나오고 여성 우대정책에 반대하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영원한 지배자로 군림할 듯했던 남성이 여성에 역전 당하는 세태변화와 무관치 않다. 여성 스스로 명예와 부를 획득할 수 있게 되면서 여성이 ‘성 객체화’에서 독립하고 이로 말미암아 남성의 정체성이 흔들린 탓이다. “여자는 왜 군대 안가나”하는 주장을 양성평등의 구호로 외치는 것이 이런 위기감의 단적인 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혐오를 강자였던 남성이 약자로 전락하게 하는 고령화 사회의 산물이라고 봤다.
▦ 아닌 게 아니라 여인천하 시대다. 얼마 전에는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세계 정치ㆍ경제계의 정점에서 활동하는 여성 지도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결국은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에 대한 인식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생긴 과도기적 혼돈이 여성혐오의 뿌리다. 해법은 여성이 남성의 것을 빼앗는다는 박탈감이 아니라, 굳건하게 박힌 남성우월 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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