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복판에 있었던 국보·보물 2호…현재 훼손 막는 조치 취해져]
#대학생 A씨(24·남)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지나다 유리벽 속에 보존돼 있는 커다란 탑을 발견했다. 인근 어학원을 다니며 공원을 종종 거닐었지만 탑을 눈여겨 본 적은 없었다. A씨가 발견한 탑은 '국보 2호'인 원각사지 십층석탑이었다.
대한민국 국보 1호는 '숭례문'(남대문)이다. 국민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생각해내는 대표 국보다. 보물 1호 역시 '흥인지문'(동대문)이라고 금방 떠올린다. 하지만 '2호'부터는 쉽게 생각해내지 못한다. 문화재 등록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여 숫자에 큰 의미는 없다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보통 1호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2호 문화재들은 의외로 우리 삶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놓인 '국보 2호'…550여년간 조용히 자리 지킨 석탑
'원각사지 십층석탑'이라는 이름부터 들으면 산속 절 어딘가에 탑이 놓여있는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국보 2호 석탑은 서울 종로구 한복판인 탑골공원에 우뚝 서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탑은 1467년(조선 세조 13년)에 만들어진 대리석탑이다. 이름은 과거 원각사 자리에 있던 10층 석탑이라고 해서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됐다. 원각사는 1465년 조선의 세조가 세운 절로 운영되다 1504년 연산군이 이곳을 기생집으로 만들면서 밀려났다.
절은 밀려났지만 줄곧 자리를 지킨 석탑은 1962년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됐다. 3단 10층으로 된 탑의 각 면마다 용·사자·연꽃무늬 등 풍부한 표현장식이 새겨져 있어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2000년 들어 표면 훼손이 심각해 유리 보호각을 씌워 놓은 상태다.
◇이곳저곳 옮겨졌던 제야의 종 '보물 2호'…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매년 12월31일 자정만 되면 서울 종로구에서 33번 울리는 익숙한 제야의 종소리 '보신각종'은 1963년 보물 2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현재 보신각에 있는 종은 진품이 아니다. 1985년 오랜 세월로 인한 부식과 훼손을 막기 위해 '옛 보신각 동종'이라는 이름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겨졌다.
원래 보신각종은 새해를 알리는 종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저녁을 알리던 종으로 오전 4시에 33번, 오후 7시에 28번을 울려 하루의 시간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1895년 고종이 종루에 보신각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부터 보신각종은 연말연시를 알리는 제야의 종으로 바뀌었다.
무게가 약 20톤에 달하는 거대한 종은 만들어진 뒤 몇 번이고 자리를 옮겨야 했다. 1468년(조선 세조 14년)에 처음 만들어져 서울 성북구 정릉사에 놓였다가 원각사로, 1619년에는 지금의 보신각 자리로 옮겨졌다.
1985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겨지기까지 사람들에게 시간과 새해를 알리며 부지런히 일한 보신각종은 이제 원형과 음향에 다소 손상을 입은 상태다. 하지만 종의 무늬와 연대를 알 수 있는 긴 글이 남아 있어 역사 이해를 돕는 국가의 보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슈팀 이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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