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7.31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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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 최대의 사건은 1만년 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수렵 채집 사회에서 한곳에 정착하는 농경 사회로의 전환이었다.
이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고대 문명이 탄생했다. 고고학(考古學) 증거들은 지금의 터키, 요르단과 이란에 걸친
낫 모양의 지역, 이른바 ‘비옥한 반월(半月) 지대’에서 처음으로 농업이 시작됐음을 보여준다.
기원전 1200년 무렵 이집트 무덤 벽화. 소에 쟁기를 매달아 밭을 가는 모습이다. /위키미디어
그렇다면 농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지금까지는 반월 지대에 살았던 한 무리 사람들에서 농업이 시작됐고, 이것이 서쪽으로 유럽,
동쪽으로 아시아에 전달됐다고 생각했다. 최근 고대인에 대한 DNA 연구를 통해 이와 다른 증거들이 잇따라 나왔다.
런던대(UCL) 가렛 헬렌탈 교수가 이끄는 영국·독일·이란 공동연구진은 지난 1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농업이 반월 지대의 한 집단이 아니라 여러 집단에서 기원했음을 고대인의 DNA를 분석해 밝혀냈다”고 밝혔다.
고고학자들은 요르단의 예리코, 이라크의 자르모, 터키의 차탈회익 유적지에서 1만년에서 1만2000년 전 곡식농사와
양·염소의 가축화가 이뤄진 증거들을 찾았다.
헬렌탈 교수팀은 이란 자그로스 산맥의 웨즈메 동굴에서 발굴된
9000년 전 남성과 테페 압둘 호세인 유적지의 1만년 전 사람 유골 3구의 DNA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단단한 귀 뼈에서 원형대로 남아 있는 고대인의 DNA를 찾아냈다.
치아(齒牙)의 탄소동위원소를 분석했더니 네 사람 모두 곡물을 많이 먹은 흔적이 나왔다. 농경민이었다는 말이다.
고대인 DNA 분석해보니
‘반월지대’단일 기원설 뒤집혀
터키·이란 등 3곳서 전 세계 전파
다른 연구도 농업의 복수 기원설을 뒷받침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라이히 교수 연구진은 지난 2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만2000~1400년 전에 살았던 중동인 44명의 유전자를 전 세계 사람들의 유전자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에서 처음으로 농업을 한 사람들은 같은 시기 이란 자그로스 산맥의 사람들과 유전자가 달랐다.
또 두 집단은 나중에 유럽에 농업을 전파한 터키의 아나톨리아 반도 서부인들과도 유전자가 구별됐다.
과학자들은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농업의 전파를 세 경로로 추정했다.
지금의 터키인 아나톨리아 반도 서부에 살던 농경민들은 나중에 유럽으로 이주했고,
이스라엘·요르단 등에 살던 사람들은 남쪽 아프리카 동부로,
그리고 이란 자그로스 산맥에 살던 사람들은 북쪽 유라시아 초원 지대와 동쪽 남아시아로 퍼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서로 농업기술을 배운 것일까, 아니면 독자적으로 농경 기술을 발명했을까.
고고학 증거는 초기 농경민들이 지역마다 다른 도구와 곡물을 남겼다는 점에서 동시 발명설을 뒷받침한다.
반면 초기 농경민들이 석기에 필요한 흑요석(黑曜石)을 교역했다는 점에서 서로 농경 기술을 배웠다는 주장도 있다.
인류사 최대 사건에 대한 수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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