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04 강경희 경제부장)
일회용 기저귀 팸퍼스 日 직원들, 中으로 공장 옮겨갈 위기 닥치자
1센트 아끼는 간절한 혁신 나서… 수년 만에 아시아 핵심생산기지로
근로자가 일자리 지키는 길은 파업이 아니라 주인의식 아닐지
7년 전 세계적 생활용품 업체 피앤지(P&G)의 아기용 기저귀 팸퍼스를 생산하는 일본 공장 근로자
3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몰렸다.
경쟁력 떨어지는 일본 공장은 문 닫고, 생산 라인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이미 같은 공장 안에 있던 생리대 라인은 중국 이전이 가시화되던 시점이었다.
팸퍼스는 역사가 반세기도 넘는 일회용 기저귀 브랜드다.
빅터 밀스라는 이 회사 엔지니어가 손자를 위해 좋은 기저귀를 만들어보겠다고 개발해서
1961년 미국 시장에 내놓은 이후 글로벌 1위 기저귀 브랜드가 됐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당시만 해도 팸퍼스는 일본 토종 기저귀에 밀려 일본 내 점유율이 4위에 그쳤다.
미국 아기들한테 잘 맞게 만들어진 제품이라 일본 아기들 체형에는 잘 맞지 않아 일본 엄마들 반응이 시큰둥했다.
가뜩이나 아기가 적게 태어나 기저귀 시장이 정체된 데다 소비자들로부터도 외면받으니
본사 차원에서는 '낙제생' 일본 공장을 문 닫고, '꿈나무' 중국 시장으로 공장을 옮겨가는 게 당연했다.
땅값 싸고, 인건비 싼 데다 급성장하는 시장을 둔 중국이 어느 모로 봐도 일본보다 유리한 입장이었다.
그런데 실직(失職) 위기에 직면한 일본 팸퍼스 공장의 근로자들은 남다르게 대처했다.
공장장과 R&D 담당 등이 근로자를 대표해 일본 법인에 나와 있던 본사 경영진을 찾아갔다.
머리에 빨간 띠 두르고 '공장 이전 결사반대' 같은 항의 방문을 하러 간 게 아니었다.
이들은 소비자상담실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등을 제시하면서
"장인 정신을 발휘해 더 좋은 신제품을, 더 낮은 원가에 만들어서 회사 사정을 개선하고 싶다"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경영진이 이들의 설득에 숙연해졌다고 한다.
"우리는 매출 지표만 보면서 일본 공장을 옮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었다.
그런데 공장 사람들을 만났을 때 진심이 느껴졌다.
가족을 먹여 살릴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그들의 절박함, 그 일자리를 자신들의 노력으로 지켜보겠다는
간절함이 와 닿았다."
일본 팸퍼스 공장은 공장 이전을 막기 위해 그해만 반짝 혁신한 게 아니었다. 원가를 단돈 1센트(약 11원)라도 더 낮추기
위해 모든 아이디어를 짜내고, 일본 아기들한테 더 잘 맞는 기저귀로 제품을 개선해 나가는 혁신을 지금까지 7년간 이어왔다.
그 간절한 현장 혁신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돌아왔다.
일본 기저귀 공장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격렬한 투쟁이나 저항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궈낸
글로벌 경제에서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일자리가 무더기로 넘어가고, 왕창 뺏기는 전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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