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저성장과 생산성 하락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리나라 대비책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규제 및 세제 지원 등 기업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앞서 스위스 UBS은행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국가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5위로 불과했다. △노동시장 유연성 △기술 수준 △교육 수준 △인프라 수준 △법적 보호 등을 평가한 순위다.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해 디지털, 생물학, 물리학 등 경계가 사라지고 결합되는 기술 혁명을 의미한다. 과거 1·2·3차 산업혁명이 각각 동력, 자동차, 디지털로 인해 시작됐다면 4차 산업혁명의 촉발점은 여러 분야 기술 간 융합이다. 3D프린팅과 유전공학이 결합해 생체조직프린팅으로 발전하는 게 한 예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생산 및 유통 비용을 낮춰 소득 증가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우려되는 노동시장 붕괴는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기술·고임금'과 '저기술·저임금' 간 격차 확대로 중산층 지위가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연구위원이 한국, 독일, 일본, 미국, 중국 등의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성장세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랐다. 보고서가 분류한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는 △자본재 △제약 및 생명공학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술적하드웨어 및 장비 △통신서비스 등 6개다.
한국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제약 및 생명공학 부문의 성장세가 다른 부문보다 두드러졌다. 제약 및 생명공학 부문은 5개 국가 모두에서 최근 10년(2006~2015년) 시가총액 증가율이 평균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보고서는 한국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성과가 최근 들어 주요국에 비해 악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상장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06~2010년 9.7%에서 2011~2015년 1.8%로 낮아졌다. 반면 일본, 미국, 중국, 독일에선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1~2015년에 오히려 상승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의 기업 생태계도 주요국에 비해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기술·서비스의 등장 및 발전에 따른 신생기업 진입, 기존 기업 퇴출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
한국 상장기업의 기업교체율(진입률+퇴출률)은 2006~2010년 29.8%에서 2011~2015년 25.0%로 떨어졌다.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의 교체율 역시 주요국에 뒤처졌다. 이들 기업의 최근 5년 기업교체율은 14.4%로 미국(36.6%), 중국(22.2%), 독일(20.8%)보다 낮았다.
정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등장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미래 산업구조 및 노동 시장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는 규제 및 세제를 기업 친화적으로 전환해 투자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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