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産業·生産·資原

[사설] 중국 업체에 안방까지 내준 한국 드론 산업의 굴욕

바람아님 2016. 8. 17. 23:50
[중앙일보] 입력 2016.08.17 20:52

세계 최대 드론(무인항공기) 제조업체인 중국 DJI가 어제 경기도 용인시에 문을 연 ‘DJI아레나’는 중국에 턱밑까지 추격당한 국내 산업 경쟁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충격적인 현장이다. 이런 충격은 DJI가 올 3월 중국 선전에 이어 세계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홍대 앞에 열 때부터 예고됐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간 DJI아레나는 국내 최초의 드론 전용 실내 비행장이다. 날씨나 안보 규정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드론을 날려보고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DJI는 한국은 소비자 연령대가 다양하고 기술집약형 제품 수요가 많아 드론 비즈니스의 시험무대로 적합해 아레나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DJI의 한국 진출은 ‘허를 찔렸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드론은 가상현실(VR)·사물인터넷(IoT)·스마트카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한국은 걸음마도 떼지 않고 있는 사이 중국이 한국의 안방에서 펄펄 날고 있으니 허를 찔렸다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우선 정부의 규제 탓이 크다. 정부는 분단국가의 특성상 보안을 이유로 드론의 상용 개발을 가로막아 왔다. 지금도 서울 강북 대부분과 강남 일부 지역에선 장난감 드론조차 띄울 수 없다. 지난달 국토교통부 시행령이 개정되기 전엔 드론 운행을 통한 상업적 행위도 완전히 금지돼 있었다. 이렇게 손발이 묶인 사이 해외에선 드론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숙했다. 구글은 미 정부로부터 드론 배송 서비스를 위한 비행 테스트 허가를 받았고, IBM은 실시간 기상정보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영국과 일본도 배송용 비행 테스트를 끝냈고, 뉴질랜드에서도 드론이 국가 전략산업이다.

 국내 기업의 헝그리 정신 실종도 문제다. 북미보다 수요가 적은 한국에 드론 아레나를 만들어 시장을 넓히려는 중국 DJI의 헝그리 정신 앞에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나. ‘시장이 좁다’ ‘정부 규제 때문에 안 된다’는 타령으론 생존이 어렵다. 국내 기업의 분발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신산업 육성' 팔 걷었지만.. 한발도 못나간 '규제프리존'

세계일보 2016.08.17. 19:43

특별법, 8개월 넘도록 국회서 논의 안돼

일본은 도쿄 인근 지바시 일대를 ‘드론(무인기)의 성지’로 만들고 있다. 국가전략특구제도를 통해 각종 규제 완화와 인프라 확충으로 드론 택배 상용화에 성큼 다가섰다. 중국 기업 DJI는 글로벌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최근 상용 드론을 통한 첫 음식 배달도 이뤄졌다. 이들 국가에서 이처럼 드론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정부가 관련 규제를 풀고, 전방위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황은 딴판이다. 비행금지구역 등 각종 규제에 발이 묶여 국내 드론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이뿐 아니다. 스마트 헬스케어, 관광, 자율주행자동차 등 각종 신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하려면 수십 가지 규제에 막히기 일쑤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규제프리존 정책을 발표했지만, 8개월이 넘도록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프리존 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17일 “규제프리존은 예산과 세제, 규제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특별법 논의를 위한 기획재정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신청한 27개 전략산업(시도별 2개, 세종시 1개)에 대해 규제를 풀고 재정과 세제를 함께 지원하는게 핵심이다. 특별법에는 일반특례를 비롯해 지역별·산업별 특례 등 73개 규제특례가 포함됐다.

특정 필수 규제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규제는 해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 지역별로 특화된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별법은 지난 19대 국회 때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가 20대 국회 들어서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다시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특별법 처리는 20대 국회에서도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당·정·청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9월 정기국회 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논의하기 위한 기재위는 이날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와 서별관회의 청문회, 누리과정 예산 편성, 사드 특별위원회 설치 등 주요 현안을 놓고 여당과 야당 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이달 안에도 특별법 처리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별법 처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의료, 환경 등의 규제 완화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 공공성 침해가 우려된다며 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병원 내 부대사업 확장이나 개인정보활용 규제 완화, 환경 규제 완화 등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 처리가 지연되면서 지자체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14개 시도지사들이 국회의사당에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허남식 지역발전위원장은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줄 수 있는 방안으로 국회와 정부가 규제프리존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규제프리존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17일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규제프리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장의 시도지사님들께서 더 절실하게 느끼고 계신 만큼 법안 통과는 물론 활기찬 추진을 위해서도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종=안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