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20 한삼희 논설위원)
주택 전기 소비량, OECD 절반인 데다
가정 피크는 저녁 9시… 공급 안정과 무관
가족 수 많은 빈곤층 되레 비싼 요금 낸다. 요금 체계 다 손봐야
주택용 전기요금에 누진배율 11.7배의 6단계 누진제를 적용해온 것은 전기 소비 억제와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둘 다 이젠 실효(實效)를 인정하기 어렵게 됐다.
우선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선진 외국에 비해 많이 적은 수준이다.
우선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선진 외국에 비해 많이 적은 수준이다.
우리 소비량은 연평균으로 OECD 평균의 절반밖에 안 된다.
가혹한 누진제로 가정 소비를 누를 만큼 눌러 왔다.
그 탓에 주택용 소비의 비중은 전체의 13.6%밖에 안 된다.
주택용 전기보다 산업용(56.6%)·상업용(21.4%) 소비를 줄이는 것이 전력 소비 절감에 더 빠른 길이다.
전기는 저장해 뒀다가 꺼내 쓸 수 없어 연중 피크 타임에 맞춰 발전 설비를 갖춰야 한다. 거기에 돈이 많이 든다.
전기는 저장해 뒀다가 꺼내 쓸 수 없어 연중 피크 타임에 맞춰 발전 설비를 갖춰야 한다. 거기에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피크 소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엔 오후 2~5시에 피크 소비가 온다.
그런데 가정용 전기 소비의 피크는 가족이 모이는 저녁 9시 무렵이다.
주택 전기 누진제는 피크 소비를 낮추는 데도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부자 가구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저소득층엔 싼 전기를 공급한다는 '에너지 복지'도 의미가 많이 퇴색(退色)했다.
부자 가구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저소득층엔 싼 전기를 공급한다는 '에너지 복지'도 의미가 많이 퇴색(退色)했다.
소득에 관계없이 냉장고·세탁기·전기밥솥 안 쓰는 가정 없다. 에어컨 보급률도 80%에 달했다.
여름에 에어컨 못 쓰는 빈곤층은 대신 겨울에 난방용 전기담요·곤로를 쓴다.
전력 소비량 결정에 소득보다 더 영향력 있는 변수가 가족 구성원 숫자다.
그런데 30년 전엔 스무 가구 중 한 곳이었던 1인 가구가 지금은 네 가구 중 한 곳이다.
빈곤층은 미혼 자녀를 원룸에 내보낼 처지도 못 돼 옹기종기 모여 산다.
에너지 효율이 나쁜 구형 가전제품을 쓰다 보니 같은 시간 써도 전력 소비량이 더 많을 수 있다.
살림 넉넉한 1~2인 가구보다 여유 없는 4~5인 가구가 단위 전력당 더 비싼 전기료를 무는 수가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자료를 보면 아주 잘사는 1인 가구는 ㎾h당 111원씩 물었고,
최저생계비 소득도 안 되는 5인 가구는 165원을 부담했다.
그렇더라도 현재 거론되는 대로 누진 단계와 배율을 축소하면 고소득층 전기료 부담은 가벼워지고
그렇더라도 현재 거론되는 대로 누진 단계와 배율을 축소하면 고소득층 전기료 부담은 가벼워지고
서민 부담은 늘어나는 걸 피할 수 없다.
이건 서민들에게 지금까지의 전기료가 생산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는 걸 충분히 알려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대신 전력 초(超)고소비층에는 아주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름철에 월 500㎾h 이상을 쓰는 중산층에 ㎾h당 700원 넘는 전기료를 물리는 건 그만둬야 한다.
대신 월 2000㎾h, 3000㎾h 이상 쓰는 부유층에는 별도 구간을 설치해 ㎾h당 1000원, 1500원의 전기료를 물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요금 체계 자체를 손보는 거라면 이번 기회에 농림어업용 전기요금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요금 체계 자체를 손보는 거라면 이번 기회에 농림어업용 전기요금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농사용 전기는 생산 원가의 3분의 1밖에 안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비닐하우스 난방을 등유에서 전기로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영세 농어민 전기료를 손대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정용(3㎾)의 30배가 넘는 100㎾ 이상 계약용량의 농업·어업 분야 대용량 사업자가 8000곳쯤 된다.
이들 중 일정 용량 이상 사업자에는 농사용 말고 산업용 전기 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계약용량이 1000㎾를 넘어야 산업용으로 분류된다.
어떤 제도를 만들어 그걸로 이득(利得) 보는 집단이 형성되면 다시 그걸 고치기 매우 힘들다.
전기료 개편이 여러 번 시도됐지만 무산됐던 건 그 때문이다.
역대급(級) 폭염 덕에 이번만큼 전기 요금 체계 개편 여론이 높았던 적이 없다.
주택용 누진제만 손댈 것이 아니라 산업용·상업용·농업용 할 것 없이 전기 소비를 왜곡시켜온 불합리들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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