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3] 성 토마스 아퀴나스

바람아님 2013. 7. 18. 07:10

(출처-조선일보 2011.05.24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그림 왼쪽의 도서실에서 '스콜라 철학의 왕' 성(聖) 토마스 아퀴나스가 책을 뽑아든다. 이윽고 그는 오른쪽의 책상으로 자리를 옮겨 예수의 사도였던 베드로와 바울 사이에 앉아 설명을 듣는다. 베드로와 바울은 이사야서의 한 구절을 이해하지 못해 밤낮으로 기도하고 단식하며 신에게 지혜를 구하던 아퀴나스에게 마침내 신께서 보내주신 기적의 과외 선생님들이다. 2층에는 진리의 기쁨을 만끽한 성인의 구술을 받아 적을 조수 리날도가 서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베드로와 바울의 도움을 받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사진> 15세기 이탈리아 화가 바르톨로메오 데이 에리(Bartolomeo degli Erri)가 아퀴나스의 일생을 그린 제단화 중 한 장면이다. 당시 회화에는 이처럼 이야기의 전개를 설명하기 위해 한 화면에 같은 인물이 여러 번 등장하곤 했다.


아퀴나스는 14세에 대학에 입학,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신의 섭리를 인간 이성으로 이해하기 위한 지적 탐구에만 매달렸다. 그는 '벙어리 황소'라고 불릴 정도로 말없이 책만 읽었지만, 강의가 필요한 곳이라면 천리 길도 마다치 않고 달려갔다. 짧은 생애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방대한 양의 저술을 남겼다.


리날도의 회고에 의하면, 그는 강의와 집필을 앞둔 순간마다 자신이 전하는 지식이 진실되기를 기도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천사 같은 박사(Doctor Angelicus)', '공동(共同)의 박사(Doctor Communis)'라는 존칭이 붙었다. 공부를 제대로 하려면 말없이 혼자 있어도 부족함이 없는 '벙어리 황소'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