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일사일언] 포스트잇 인간관계

바람아님 2016. 8. 19. 07:22

(출처-조선일보 2016.08.19 이한빈·시나리오 작가)


이한빈·시나리오 작가 사진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나오면, 그곳에 가느다랗고 얇은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젠가 다시 그 부분을 찾아보고 싶어서다. 
왜 근사한 사람을 만나고 나면 또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나. 같은 이치다.

물론 포스트잇의 개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대개 표시가 많이 된 책일수록 다시 찾아볼 확률이 높다. 
나에게 있어 좀 더 유의미하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런데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이리저리 빼내어 살펴보면,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도 
있지만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은 것들도 꽤 된다. 
분명 같은 시간을 들여 읽었지만, 느낀 바는 모두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사람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물 같은 나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일상 속에서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포스트잇을 붙이며 살고 있지 않나. 
능력이 좋다거나, 인간성이 좋다거나, 만나서 이야기하면 편하다거나 필요에 의해서든, 
정에 이끌려서든 순간순간 찾게 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평소에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포스트잇을 하나둘씩 붙여 놓는 것이다. 
반면, 인간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아무런 것을 붙일 수 없는 사람은 자의 반 타의 반 점점 멀어지게 된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생각을 좀 더 확장시켜 보니, 반대로  '나에게는 몇 개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을까'도 고민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유용한 혹은 유의미한 사람이 되고 있는지 궁금해진 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나마 붙어 있던 포스트잇조차 떼어버리며 살고 있는 듯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남보다 나를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해 한 해 나에게 붙는 포스트잇 개수가 늘어나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