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敎養·提言.思考

[Why] 하우 아 유 두잉 투데이

바람아님 2016. 8. 21. 00:11
조선일보 : 2016.08.20 03:00

[마감날 문득]

할머니가 대뜸 물었다. "하우 아 유 두잉 투데이(How are you doing today)?" 이게 무슨 말이지. 내가 배운 영어 인사말은 '하우 두 유 두(How do you do)?'와 '하우 아 유(How are you)?' 두 문장뿐인데. 영어 선생님은 '하우 두 유 두'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하우 아 유'는 이미 만난 적 있어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하우 아 유 두잉'이라니. 이것은 '하우 두 유 두'의 현재 진행형 아닌가. 그렇다면 이것은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안녕하고 계십니까"라는 뜻일 것이다.

25년 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오리건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 서부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벤치와 화장실, 자판기 정도만 있는 게 대부분인데 가끔 지역 자선단체에서 나와 커피를 무료로 주며 기부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할머니는 그 지역 자선단체에서 나온 분이었다. 커피를 받으러 간 나에게 할머니가 건넨 인사말이 '하우 아 유 두잉 투데이'였던 것이다. 나는 약 2초간 성문종합영어적 분석과 수학1의 정석적 상상력을 발휘한 끝에 그 인사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오늘 커피에 설탕·크림 넣어줄까?" 그래서 자신있게 대답했다. "노, 땡큐(No, thank you)."

이런 엉터리 영어 경험담은 책을 한 권 쓸 만큼 차고 넘친다. 맥도날드에서 3번 메뉴를 시키려던 한국인이 "넘버 삼, 플리즈" 했다가 점원이 "넘버 왓?" 하니까 "'넘버' 발음이 안 좋았나 보군" 하면서 "넘벌 삼, 플리즈" "넘버어얼 삼, 플리즈" 했다는 실화가 있다. 어떤 이는 '쓰리 햄버거'라고 해야 하는데 경상도 사투리로 "써리 햄버거" 했다가 햄버거 30개를 받아든 적도 있다고 했다.

지난 8월 초 뉴욕에 갔더니 사람들은 눈이 마주쳤을 때 "헤이(Hey)" 하는 정도로 인사했다. 흑인들이나 젊은 백인들은 "썹, 맨('Sup, man)" 하고 말았다. 오리건 할머니의 "하우 아 유 두잉 투데이"가 그리워졌다. "아이 앰 두잉 그레잇 투데이(I am doing great today)"라고 대답해 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