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유일의 중국 비즈니스 오해와 진실

바람아님 2016. 8. 26. 00:49

관시(關係) 의 진실

 동아일보 2016-08-23 10:08

대략 2년 전 알고 지내는 A사에서 연락이 와서 중국 측 투자자를 만나는데 동석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왔다. 평상시 잘 알고 지내는 회사이기도 하고 약속 날 별다른 일도 없었기에 그러자고 하고는 약속시간이 되어 A사로 갔다.

A사를 찾아온 사람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인이었고 필자가 도움을 주는 회사와는 사업상의 연결점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중국에서 자신과 거래하는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던 차에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계통에서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A사를 접촉한 것이다.

대화가 조금 진행되면서 보니 이 사람은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계통은커녕 일반적인 사업경력도 그다지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건설자재를 구해서 중국 측에 판매하는 일을 한두 번 해 본 사람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상대방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기회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했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만나고 다니는 중이었다.

A사의 사장 또한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미팅이 계속되면서 약간 짜증이 나기 시작하자 한마디 넌지시 던졌다.
"그런데 중국사업 많이 해보시지는 않으셨나 보죠?"

이 말에 대해 그 사람은 "중국사업은 많이 안 해 봤지만 제가 알고 지내는 중국 측 사장은 형제 같은 사람입니다. 어차피 관시사회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대충 미팅이 끝나고 난 후 ‘관시(關係)’ 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중국사회에 대해 얘기하면서 언제나 이 관시라는 것에 대해 말하는데 현실에서 이 관시가 과연 어떤 것이고 또한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관시를 한자로 쓰면 우리가 늘 쓰는 ‘關係’ 라는 말이다. 어느 나라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중요한데 굳이 중국사회를 규정하면서 ‘관시 사회’ 라는 말을 쓸 때는 중국의 관시가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인간관계 (human relationship)’ 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흔히 하는 말로 중국에서 관시가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쉽게 풀릴 수 있고 역으로 하찮은 일이라도 관시가 없으면 어려움을 겪는다고들 한다. 그리고 이 때문에 최근 중국사업을 하는 한국인들 중에서도 자신의 관시를 은근히 자랑하는 경우도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인간적인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더라도 거래에 있어서 기본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 보장되지 않으면 되는 일은 없는 것이다.

중국에서의 관시가 가지는 특성과 관련해서 다른 나라의 인간관계와 다른 점을 3가지 정도로 요약해본다.

먼저, 그것은 ‘신뢰관계의 등치’ 이다. A라는 사람이 B를 C에게 소개할 경우 C는 A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신뢰의 정도를 B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신뢰란 신용상태일 수도 있고 거래관습일 수도 있으며 실력일 수도 있다.



다음은 ‘관시의 자산화’다. 우리나라나 미국에서 단순한 소개를 해 준 사람에게 사례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감사하다고 말로 인사하거나 작은 선물을 주는 정도가 고작이고, 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중간자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계약을 하고, 서로의 연락을 막는 등 어떻게 본다면 처절하리만큼의 노력을 기울인다. 중국에서 이 문제는 생각보다는 쉽게 해결된다. 중간에 소개한 사람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이에 상응하는 현금보상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합작으로 만들어진 사업의 지분을 인정해 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비배제의 원칙’ 을 들 수 있다. 중국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맺어준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이 진행과정에서 배신하지 않는 한 마지막까지 중간자를 거래에 참여시킨다.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이런 관습이 있기 때문에 관시는 아직도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거래의 관습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관시만을 믿고 덤빌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거래의 요건을 갖추지 않을 때는 당연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무리한 관시는 오래 가지 않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중국인들이 과연 한국인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관시’ 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신뢰관계를 가지고, 그 인간관계를 자산으로 인정하며, 절대 배제하지 않을만한 그런 관계를 만나지 얼마 되지 않고 생각하는 틀도 다를 수밖에 없는 한국인에게 쉽게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시장에서 관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먼저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유일(劉一) 현) 여의 주식회사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