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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에서] 불청객 '차이나 머니'

바람아님 2016. 8. 15. 09:24

(출처-조선일보 2016.08.15 방현철 경제부 차장)


방현철 경제부 차장 사진공장용 산업 로봇을 만드는 세계적인 독일 기업 '쿠카'가 '차이나 머니' 손에 넘어갔다.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는 최근 쿠카 지분 95%를 확보했다. 

지난 5월 메이디가 불쑥 45억유로(약 5조5000억원)를 들여 주당 115유로에 쿠카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한 지 3개월 만이다. 메이디는 당시 시세 주당 86유로보다 30% 이상 비싼 값을 불렀다.

불청객처럼 찾아온 차이나 머니에 독일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898년 설립된 쿠카는 독일 1위 산업용 로봇 업체다. 

일본 화낙과 야스카와전기, 스위스 ABB 등과 함께 세계 시장을 나눠 장악하고 있다. 

100년 넘는 전통의 하이테크 기업이 팔리는 것도 걱정이었지만, 산업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쿠카는 로봇이 작업하면서 수집한 정보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첨단 기술을 갖고 있다. 

독일은 자국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앞으론 중국 소유 기업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다는 데 불안해했다.

지그마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독일이나 유럽에서 적어도 하나의 (인수) 역제안이 나오는 게 적절하다"며 

중국의 쿠카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차이나 머니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 

독일에선 외국 기업이 에너지망(網)이나 방위 산업 같은 전략적인 부문에 들어오는 것만 정부가 막을 수 있다. 

쿠카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았다. 메이디는 높은 인수 제안가로 독일과 유럽 기업들의 인수 가능성을 차단했다. 

독일 측 쿠카 대주주 프리드헤름 로, 보이트 그룹 등은 '돈맛'에 끌렸는지 지분을 메이디에 팔아 버렸다.

미국이라면 달랐을 것이다. 미국은 1988년 엑손 플로리오 법을 제정했다. 

법에 따라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외국인 투자는 행정부가 직접 조사하고 철회를 요구할 수 있다. 

말로 해선 안 들으면 강제로 인수를 중단시킬 수도 있다. 

중국은 작년 10월 칭화유니 그룹을 앞세워 미국 반도체 업체 샌디스크를 간접 인수하려고 했지만, 

올 들어 미 외국인투자위원회가 국가 안보를 내세워 조사에 나서자 인수안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차이나 머니는 우리나라 게임·엔터테인먼트 회사, 보험사 등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기업이 아니어서인지 국민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중국 기업이 반도체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며 갑자기 우리 증시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을 공개적으로 

비싼 가격에 사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사드 배치를 두고 중국이 드러낸 거친 태도로 볼  때 차이나 머니는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차이나 머니가 우리 핵심 첨단 산업에 접근을 시도하면 제동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쉽지는 않다. 돈에 꼬리표가 붙었다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했다. 무방비로 있다가 후회한 독일 사례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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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 금융시장 판도 바꾼다


(출처-조선일보 2014.10.04 인포그래픽스팀)
▲ 국내시장에 들어오는 차이나 머니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만 해도 중국이 보유한 한국의 주식과 채권은 1360억원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한국에 대한 투자가 급증, 올해 8월 현재 중국의 한국 주식·채권 보유액은 24조원으로 
175배 늘었다.    ▶ 기사 더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