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17] 체포당하는 예수 그리스도

바람아님 2013. 7. 24. 10:12

(출처-조선일보 2011.06.21  우정아 KAIST 교수·서양미술사)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유다는 은전 서른 닢을 받고 스승을 로마 병사들에게 팔아넘긴다. 미리 약속한 대로
유다가 예수의 뺨에 입을 맞추는 순간 기다렸던 병사들이 예수에게 달려들어 그를 체포해갔다.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의
거장 조토(Giotto·1267~1337)는 파도바의 아레나 예배당 벽화〈사진〉를 통해, 횃불과 곤봉이 난무하는 혼잡 속에서
강렬하게 눈빛을 나누는 예수와 유다를 보여준다. 유다의 망토에 둘러싸인 예수는 배신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를
물리치지 않고 조용히 얼굴을 내주고 있다.

오히려 흥분하여 날뛰는 것은 그림의 왼쪽에서 금빛

후광과 어울리지 않게 칼을 휘두르는 베드로다. 원래

다혈질이었던 그는 로마 병사의 귀를 잘라가며 예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정작 예수가 체포되고

나자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베드로는

나약한 자신을 책망하면서 가슴을 쳤지만, 예수는 그

또한 미리 알고 있었다.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였으나 스승을 번번이 실망시켰다.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물 위를 걷는 예수를 보고
용기를 내어 발을 내디뎠지만, 결국 끝까지 믿지 못하고 물에 빠졌다. 예수가 십자가 수난을 앞두고 고뇌의 기도를 하는 그 순간에도 졸음을 참지 못해 쓰러져 잠들어 버렸다. 그러나 예수는 베드로를 부족하다 하여 내친 적이 없다. 다만 스스로 능력을 깨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주었을 뿐이다. 인류의 스승 예수의 교수법은 믿음과 인내였다. 그 결과 베드로는 오늘날까지 2000년간 번성해온
로마 가톨릭 교회를 세운 최초의 교황이 되었다. 



(참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