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9.09 박종세 사회정책부장)
지난달 말 결렬된 현대차 임금협상 과정은 회사 밖 사람들의 시각을 괘념치 않는 노사의 인식과 전통을
다시 보여주었다.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은 임금 5만8000원 인상, 성과금과 격려금으로
350%+350만원, 1주당 13만원에 이르는 주식 10주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조합원 1인당 평균 1800만원을 안겨주는 것으로 거의 비정규직 연봉에 해당하는 돈이다.
14차례 부분 파업 끝에 도달한 이 잠정안을 현대차 조합원들은 78%의 압도적 반대로 부결했다.
이미 연봉 9700만원을 받는 조합원들이 임금 인상 폭이 작다고 불만을 터뜨리자, 노조 위원장은
"조합원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해 뼈아프게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에 2·3차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와 이익,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한 글자도 들어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에 2·3차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와 이익,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고려는 한 글자도 들어
있지 않다. 근무복과 특식 단가를 높인다는 합의는 들어 있지만, 청년 신규 고용 여력 확보를 위한 임금피크제 확대는
빠져 있다. 단지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한 노조의 투쟁과 이를 무마하기 위한 사측의 담합적 타협만 있을 뿐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노사 양측이 임금협상안에 서명하기 전에 치르는 의식(儀式)에 가깝다.
지난 5년간 현대차 노조는 한 해도 빠짐없이 파업했고, 파업 후 노사는 매년 엇비슷한 수준의 임금 인상에 서명하는 게
관례였다. 올해도 같은 절차였으나, 지난 2년보다 임금 인상 폭이 작다고 해서 잠시 틀어졌을 따름이다.
현대차 노조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받는 것인데 무슨 상관인가' 하는 자본주의 보상론을 거론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원이 받는 높은 임금은 생산성과는 별 관련이 없다.
같은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14.7시간이 걸리는데, 울산에서는 26.8 시간이 들어간다.
생산성은 절반에 불과하지만, 임금은 국내 노조원이 20%가량 더 많이 받는다.
경쟁 기업인 독일 폴크스바겐이나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비교해도 봉급은 더 높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현대차 노조원이 누리는 높은 임금이라는 렌트(rent)는 현대차라는 수요 독점 기업에 입사했기 때문이며,
그 이면에는 협력업체와 다른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해 높은 임금을 얻어내면,
사측은 납품 단가 인하로 협력업체를 쥐어짠다.
현대차 노조원이 월급 600만원을 받을 때 협력업체 직원은 300만원, 3차 이상 하도급업체 직원은 190만원을 받아 든다.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여서 대기업 임금이 평균 100만원 오를 때 협력업체에서는 불과 6700원만 인상될 뿐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를 "협력업체에 항상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현대차 노사는 기업별 조합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협력업체와 협의를 통해 임금 등 근로 조건 격차를 완화하고 조정하는
현대차 노사는 기업별 조합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협력업체와 협의를 통해 임금 등 근로 조건 격차를 완화하고 조정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배워야 한다. 정규직 노조 보호를 위해 편리하게 이용했던 사내 하도급이라는 완충 지대가
비정규직의 전투적 저항 속에서 무너진 것을 현대차는 기억해야 한다.
귀족 노조가 계속 다른 노동자와 상생하기를 외면하고, 수요 독점 기업이 산업 생태계를 돌보지 않으면
또 다른 저항을 부르며 결국 스스로 기반을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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