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Weekly BIZ] 기술 모방으로 성장한 중진국, 모방 벗어나야 선진국 반열

바람아님 2016. 9. 11. 21:35

(조선일보 2016.09.10 노아 스미스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

'중진국 함정' 탈출하려면… 국가 성장 전략 바꿔 자체 기술 개발해야

노아 스미스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식민주의 시대에는 크게 두 종류의 국가가 존재했다. 

국가 경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 제국과 산업화의 기회를 빼앗긴 식민지 국가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식민주의 시대가 막을 내린 이후에는 새로운 구별이 생겨났다.

철의 장막에 가린 상당수 공산주의 국가는 성장이 억눌렸다. 

유럽·일본 등 옛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 식민 지배를 

받은 국가 중에서도 한국·대만 등 일부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빈곤을 겪었다.

세계화가 진행된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택했다. 가난한 나라는 부자 국가를 

따라잡으려 발버둥 친다. 문제는 이들이 종종 중진(中進)국의 함정에 빠진다는 것이다.

중진국을 정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달러화 기준 국민소득에 따라 나누거나, 미국 등 선진국의 소득 대비 상대적 수준을 측정하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2014년 1인당 소득이 1046~1만2745달러인 국가를 중진국으로 정의했다.

비교 측정 방식을 선호하는 일부 개발경제학자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1인당 GDP의 20~55%인 국가를 중진국으로 본다. 

두 기준 모두 범위가 너무 넓다. 세계은행의 정의를 현실에 대입해보면, 1인당 소득이 1046달러인 나라는 제대로 된 

위생시설도 못 갖추고 있다. 반면 1인당 소득이 1만2745달러인 나라에서는 상당수 가정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다만 이 분류를 통해 한 나라가 극빈 상태는 아니지만, 선진국 국민의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형편도 아니라고 말할 수는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국가가 중진국 단계로 올라갈 수 있지만,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는 주장을 내놨다. 1960~2008년 사이 아일랜드와 이스라엘, 한국, 스페인 등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선 

국가들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브라질·말레이시아 등 상당수 국가는 중간 지대에서 못 벗어났다.


[Weekly BIZ] 기술 모방으로 성장한 중진국, 모방 벗어나야 선진국 반열통계상의 우연일까, 아니면 더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통계 분석이 가능한 샘플 국가 수가 적은 데다, 국가마다 상황이 달라서 국가끼리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경제학자 랜트 프리쳇과 래리 서머스는 2014년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성장 트렌드가 규칙적이지 않은 
세상에선 많은 국가가 중진국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들을 빼낼 수 있는 정책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개발경제학자는 이 주장을 반박한다. 
이들은 수년간 중진국에 속해 있는 국가들 사이에서 비슷한 점을 찾아냈다. 
피에르-리처드 애그노어 맨체스터대 교수가 최근 중진국 함정을 연구한 여러 경제 문헌을 조사해 
보고서를 냈는데, 정책 결정자라면 읽어볼 필요가 있다.

'중진국 함정' 탈출하려면
국가 성장 전략 바꿔 자체 기술 개발해야
외국인 인재 영입하고 광대역 인터넷 구축도

대부분 빈곤국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중진국이 된다. 도시화가 일어나고 제조업이 주요 산업이 된다. 
수출할 천연자원이 많지 않은 국가들이 대부분 이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성장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도시로 유입되는 노동력은 한정돼 있고 외국 기술을 
모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어느 순간이 되면 어려워진다.

중진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개발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혁신이 한 방법이다. 
한 국가가 일정 수준의 고급 기술력을 쌓은 후에는 외국 기술 모방에서 탈피해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한국, 이스라엘, 아일랜드는 전략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지만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인적 자본 수준도 높여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고 보다 수준 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려면 똑똑한 인재가 
필요하다. 교육 제도를 개선하고 고급 기술을 가진 외국인을 영입해야 하는 이유다.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개선도 필수다. 단순히 도로와 전력망을 갖추는 것에서 나아가 
광대역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재산권과 법치 강화, 경제 불평등 해소와 같은 
제도 개혁도 필요하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가난의 굴레에서 탈출하면서 세상은 더 평등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앞엔 중진국 함정이라는 큰 장애물이 놓여 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적절한 방안을 찾아내는 
국가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