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에 이어 쏟아지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 자원배분 왜곡, 금융위기 초래..소비확대 아닌 저축만 늘릴 뿐 기업의 창의적 활동이 경제 살려 경제환경 개선에 초점 맞춰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jwan@khu.ac.kr >
마이너스 금리는 자유시장, 즉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자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시간선호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간선호란 사람들이 미래재화보다는 현재재화를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동일한 재화라면 1년 뒤 소비하는 것보다 현재 소비하는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둔다. 그래서 현재재화 가치는 미래재화 가치보다 항상 크다. 미래재화 가치가 현재재화 가치보다 커야만 사람들이 미래재화를 위해 현재재화를 포기할 수 있다. 이렇게 현재재화와 미래재화 가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이자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는 자유시장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것은 오늘의 2만원이 내일 1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이것이 현실에서 가능한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국채시장뿐만 아니라 독일의 소비재 생산회사 헨켈과 프랑스 제약회사 사노피가 마이너스 금리에 채권을 발행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결국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냐고 강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중앙은행 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 세계에서 금리는 시장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 시장이 그저 적응할 뿐이다. 이것은 마치 정부가 특정 재화에 대해 가격을 규제할 때 시장이 그에 따라 적응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식품가격 통제, 임대료 통제 등 수많은 사례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관찰되는 가격은 정부 통제에 적응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 따라 경제가 치르는 부작용은 매우 크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자유시장에서 존재할 수 없는 마이너스 금리를 인위적으로 시행하면 많은 부작용과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난다. 그것으로는 첫째,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이윤이 날 수 없는 투자에 자원이 잘못 배분되게 한다. 그리하여 자원이 잘못 투자된 부문에서 붐(거품)과 버스트(붕괴)가 일어나 초저금리, 혹은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고자 한 것과는 정반대로 나중에 더 심한 불황을 초래한다.
둘째,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켜 금융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는 덴마크를 제외하고는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에 부과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은행 예치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면 은행 수익이 줄어든다. 은행은 감소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할 것이고, 인출이 늘어남에 따라 은행의 가용자금이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은행은 대출을 회수할 것이고, 그에 따라 자연히 은행 수익이 감소한다. 수익 감소로 인해 은행은 인력 감축이나 영업 활동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다. 은행의 구조조정은 사람들에게 은행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예금 인출이 더욱 일어나는 이른바 뱅크런이 발생해 금융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셋째, 마이너스 금리는 의도와는 달리 저축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축을 늘릴 것이다. 사람들은 생애 전체를 생각해 소비와 저축을 결정한다. 생산활동이 떨어지는 노년기를 대비해 저축을 하고, 그 저축으로부터 나오는 이자 수입으로 생활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자 수입이 매우 낮으면 이자 수입으로는 생활하기 어렵게 된다. 결국 노후 생활을 위해 더 많은 저축을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 독일, 스위스, 덴마크 등에서 가계저축률이 증가했다. 경제는 초저금리나 마이너스 금리로 살아나지 않는다. 개인과 기업들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활동이 활발할 때 경제가 살아난다. 이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통화완화정책 끝나나..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
서울경제 2016.09.11. 18:16연준위원들 금리인상 지지 시사,
9일(현지시간)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전날보다 0.08%포인트 높은 0.02%까지 오른 뒤 0.01%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7월15일 일시적으로 0.05%를 기록한 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6월23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국민투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도 0.08% 포인트 오른 1.68%로 브렉시트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증시도 요동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2.13% 하락한 1만8,085.45에 거래를 마쳤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5% 안팎의 하락폭을 보였다. 유럽과 신흥국 주가도 줄줄이 하락해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세계지수는 2.1% 떨어졌다.
전날 ECB 통화정책회의 이후 실망감에 휩싸였던 금융시장을 이날 또다시 강타한 것은 미 연준 위원들이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상공회의소 조찬 연설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를 기반으로 볼 때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시킬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금리 인상 지지를 시사하는 인상을 줬다. 대니얼 타룰로 연준 이사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기준금리 인상 전 물가 상승의 증거를 더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에 비둘기파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12일 예정에 없던 연설 일정을 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의 미툴 파텔은 “중앙은행들이 전반적으로 조금씩 매파 성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미 연준이 시장으로부터 독립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결심을 한 것 같다며 21일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관측과 함께 일본 국채 금리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추가 완화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신흥시장도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신흥시장 주가지수가 2%가량 빠지고 남아공 랜드화 등의 통화가치도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한 후 신흥국 주식·채권·통화가치가 급락한 ‘긴축발작’ 재연에 대한 언급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이어졌던 국채시장의 호황 기류가 전환점을 맞았다는 시각도 나온다. WSJ는 중앙은행이 전면에서 후퇴하는 대신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의 총대를 메게 되면서 국채 가격이 앞으로도 하락세(금리 상승)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 하락에 베팅하면서 8일까지 한 주 동안 세계 국채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9억달러로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아직은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과 함께 최근의 변동성이 마이너스 금리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해진 투자심리를 반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핌애셋매니지먼트의 헤르타 알라바 신흥시장 헤드는 “글로벌 통화정책은 아직까지 확장 기조”라며 “지금의 현상을 턴어라운드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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