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미세가공기술로 회로 최소선폭이 7㎚에 달하는 2020년께 이론적으로 벽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그 시점 이후 반도체의 기술혁신은 어떻게 전개될지에대한 논의가 학계와 업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의 집적도는 18개월 마다 배로 증가한다". 최대 반도체 업체인 미국 인텔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아직 등장하지도 않은 집적회로의 발달을 전망한 논문에서 내놓은 예측이다.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는 그의 예측대로 높아져 왔다.이후 무어의 예측은 무어의 법칙으로 불리게 됐다.
반도체 칩의 기본소자인 트랜지스터는 작아지면 성능이 높아진다. 하나의 칩에 집어넣는 소자 수를 늘리는 미세화를 추구함으로써 성능을 향상시켜 왔다. 회로선폭을 가능한 한 가늘게 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해온 것이다.
인텔이 1971년에 내놓은 최초의 프로세서 '4004'는 회로선폭이 10㎛로 하나의 칩에 트랜지스터 2천300개가 들어갔다. 2015년에 발매된 최신형 프로세서 '스카이레이크'는 선폭이 14㎚로 트랜지스터 10억 개 이상을 탑재하고 있다. 인텔에 따르면 프로세서의 계산능력은 반세기 만에 3천500배 향상됐다.
"위대한 법칙에도 마침내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19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미세가공기술, 발열 등의 문제로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구로다 다다히로 게이오 대학교수의 견해다.
그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나는 미세화한 트랜지스터가 기능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미세화가 더 진전되면 전자가 배선에서 새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새어 나온 전류는 미세화가 진전될수록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해 어느 단계에 이르면 트랜지스터가 기능하지 않게 된다. 학계에서는 전부터 10㎚가 큰 벽이고 7㎚가 한계일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보다 더 큰 제약도 있다. 집적도를 높인 회로를 고속으로 가동할 때 발생하는 열이다. 해결책으로 트랜지스터를 움직이게 하는 전압을 낮추는 방법이 채용돼 현재 0.7V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0.45V 전후까지 낮추면 트랜지스터의 동작이 불안정해진다. 전압을 더 내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집적도를 높이면 발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이런 한계설에는 반론도 있다. 트랜지스터의 형상을 바꿔 계속 미세화하면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직 제조방법이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미세한 파이프를 트랜지스터로 하는 '나노와이어형'이 실용화되면 7㎚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다.
세키구치 아키히사 도쿄일렉트론 전무는 "무어의 법칙은 그렇게 간단히 막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기술이 실용화되더라도 언젠가는 미세화에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여기서 포스트 무어의 법칙 시대를 염두에 둔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아이디어는 3차원화다. 미세화에 의존하지 않고 칩을 여러 층 겹치게 해 입체적으로 접속함으로써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메모리 카드 등에 사용하는 플래시메모리의 경우 30~40층 겹쳐 쌓는 기술이 확립돼 상품화돼 있다. 많은 반도체 연구자들이 이를 프로세서에도 응용하려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대단히 어렵다"는 게 도쿄대학 히라모토 도시로 교수의 의견이다.
평면에서 만든 회로를 단순히 겹쳐 쌓기만 해서는 비용 대비, 성능향상 효과가 크지 않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회로를 3차원으로 집적하는 설계방법이나 제조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의 뇌의 신경회로를 모방한 프로세서를 만들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IBM 등이 2014년에 시험 제작한 '트루노스'가 대표적이다. 트랜지스터 등의 소자는 지금까지의 회로와 마찬가지지만 회로의 구성과 제어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쇄신했다. 소비전력을 기존 프로세서의 5천분의 1로 줄이는 걸 목표로 내걸고 있다.
방대한 양의 계산을 순식간에 해내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캐나다 벤처기업 디 웨이브 시스템은 2010년에 양자컴퓨터용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기능이 아직 제한적이긴 하지만 세계 최초의 양자컴퓨터로 주목받았다.
기무라 신이치로 히타치(日立)제작소 기술 고문은 "무어의 법칙이 끝나더라도 반도체 산업은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든 게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으로 인해 수요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그렇게 되면 한국 등에 밀린 일본 반도체 산업에도 아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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