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이한수의 매거진 레터] 구석구석이 역사의 현장

바람아님 2016. 9. 29. 09:44

(조선일보 2016.09.29  이한수 주말매거진 팀장)

[이한수의 매거진 레터]

지난 추석 연휴와 주말 내내 임진왜란 관련 책을 읽었습니다. 
'이순신과 임진왜란'(전 4권·이순신역사연구회), 
'임진왜란 해전사'(이민웅),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정두희 외), 
'그들이 본 임진왜란'(김시덕), 
'선조, 조선의 난세를 넘다'(이한우) 등 입니다. 
몇은 다시 읽었고, 몇은 처음 읽었습니다. 
최근 종영한 5부작 드라마 '임진왜란 1592'도 함께 보았습니다. 
역사 현장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진기한 독서 체험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海戰)은 과연 감동적이더군요. 장군은 적(敵)의 장기를 잘 알았습니다. 
일본군은 조총 사격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 후 배로 건너와 백병전을 벌이는 전략을 주로 구사했답니다. 
장군은 조총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함포사격으로 먼저 적을 공격합니다. 
그리고 배에 올라탈 수 없는 구조인 귀선(龜船·거북선)으로 적의 백병전을 무력화했습니다.

좁은 해역을 전장(戰場)으로 택한 전략도 놀랍습니다. 
학 날개를 펼친 듯한 학익진(鶴翼陣)으로 좁은 해역을 막아서면 부족한 전선으로도 수적(數的) 우세를 점할 수 있습니다. 
적선이 수백척에 이르더라도 좁은 해역으로는 단 몇 척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형(海形)을 잘 이용하고 아군의 전력을 극대화하면서 적이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도록 한 전략입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입니다.

여행 취재 하면서 우리 땅 구석구석이 모두 역사 현장이란 사실을 절감합니다. 
밤바다 아름다운 여수는 이순신 장군이 주둔한 전라좌수영 본거지입니다. 
국립공원 한려수도 곳곳이 전쟁터입니다. 
장군의 길을 답사하려면 북쪽 함경도 녹둔도에서 남쪽 바다까지 삼천리 강산을 두루 다녀야 하네요.

이번에 다녀온 동해 추암 촛대바위도 그렇습니다. 
긍부(肯否)를 떠나 한명회, 송시열, 김홍도 같은 역사 인물의 자취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을 살았던 선인(先人)을 생각하고 백세(百世) 후에도 이곳에서 살아갈 후인(後人)을 떠올리면서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비장감마저 느꼈습니다.



<< 임진왜란 관련 책들 >>












<더 읽을 책>

이제현-역옹패설/ 심양일기(소현세자)

이강희문집<유암총서>/ 정약전-<표해시발>-문순득 표해 이야기

열국지/ 정비석의 소설 손자 병법/ 마키아 벨리-군주론

우방과 제국-한미관계의 두 신화, 박태균  창작과 비평/ 신숙주-해동제국기

한경계인의 고독한 중얼거림 (17-18세기 대마도 외교관의 수필) 태학사, 김시덕번역


=블로그내 같이 볼만한 글 바로가기=

<대항해시대-주경철>

<저자 김시덕 인터뷰 -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 = 자학도 자찬도 없이 한반도를 다시 읽다>


[조용헌 살롱] [1049] 覇權 國家와 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