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북한과) 중대한 진전이 이뤄질 전망이 있다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의 유보를 검토하고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했던 '불가침 조약'(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하먼 소장은 같은 기관의 제임스 퍼슨 한국역사·공공정책센터 소장과 공동으로 2일자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기고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하먼 소장은 미 민주당 9선 하원의원 출신으로 빌 클린턴 정부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정보·안보 분야를 자문해 왔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국무부나 중앙정보국(CIA) 등 외교·정보부처의 수장을 맡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워싱턴에는 "당분간은 제재와 압박으로 맞설 수 밖에 없다"는 강경론이 우세하다. 대북 비둘기파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까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촉구하는 쪽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하지만 하먼 소장 같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 전략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주목된다. 오바마 임기 3개월여를 앞두고 그 동안 잠복했던 다양한 대북 논의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하먼 소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수년 동안 양자 및 다자 제재를 가해왔고, 중국으로 하여금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멈추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했지만 두 전략 모두 효과가 없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지 6개월이 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도전적 자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오래 전부터 외부 제재에 견딜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왔다"며 "게다가 북한은 중국이 침략 지향적이고 북한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라는 것은 북한이 가장 분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먼 소장은 "중국 정부 인사들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따라서 미국은 너무 많은 불신을 낳은 6자회담 프로세스로 복귀할 게 아니라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북핵 문제 해결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핵 문제는)미국 입장에선 몽둥이와 당근 사용을 포함한 추가적 유연성을 필요로 할 것"이라며 "단기간의 (북한 핵·미사일 개발) 동결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이 긴장을 완화할 시간을 벌 수 있고 북한 정권이 자국민에게 가하는 야만적 행태들을 누그러뜨리는 길을 닦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관점에서 "B-1 폭격기를 비무장지대 주변으로 보내거나 북한 해안 부근에 미 잠수함과 함정을 보내는 건 북한을 더 반항적으로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