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유독 부동산만 불타오른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는 평균 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분양 28가구 모집에 8585명이 몰렸다. 분양가가 3.3㎡당 평균 4194만원으로 모든 가구의 가격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 보증을 받지 못하는데도 올해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 분양 신청자가 당첨을 예상해 한 달 이내에 준비해야 하는 계약금만 1조2000여억원에 달한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달아오른 강남권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 우려로 경고등이 들어온 주택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기존 집값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은 3.3㎡당 4012만원으로 역대 처음 4000만원을 돌파했다. 집값 거품 논란이 심했던 2006년(3635만원)보다 10% 더 높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매제한이 풀리는 즉시 웃돈을 받고 파는 ‘단타 전매’가 많고 2000년대 중반 지방에서 올라왔던 ‘상경 투자’가 다시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초저금리로 대출 부담이 적기 때문에 자금 동원이 어렵지 않다. 분양권을 6개월 뒤면 전매할 수 있어 그사이 필요한 계약금과 한 차례 정도의 중도금 등 총 분양가의 20% 정도만 마련하면 된다.
강남권 열기가 사실상 국내 경기를 끌고 가는 셈이다. 앞으로도 열기가 쉽게 식을 것 같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소폭에 그쳐 저금리 기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내년 말까지 유예된 재건축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아직 분양 전의 단지들이 사업 속도를 내면서 재건축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정부가 8·25 대책에서 밝힌 주택공급량 억제의 반사이익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권 과열은 공급 과잉으로 치달을 수 있다. 부동산114는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한 강남권 분양으로 2018년 예정된 입주 물량이 예년의 두 배고 서울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만3000여 가구로 추정했다. 이미 최근까지 분양된 물량만으로도 내년 이후 전국적으로 연간 10만 가구 정도의 아파트가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27만 가구 정도가 적정 수요인데 내년과 2018년 예상 입주 물량은 37만 가구나 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분양권 웃돈이 분양시장을 달구고 있기 때문에 전매 차익을 노린 가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전매제한, 재당첨 제한 등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중도금 대출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등 금융 규제와 분양가·물량에 대한 공공기관의 조정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황의영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