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0.08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샤프펜슬. 연필 깎기에 익숙하지 않던 필자가 너무나 갖고 싶어 했던 학용품이다.
샤프펜슬만 있으면 글씨도 예쁘게 쓰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샤프펜슬을 발명한 회사가 1912년에 시작한 일본의 '샤프'다.
이 일본의 자존심인 '샤프'의 주인이 지금은 대만의 흥하이정밀공업이다.
흥하이라고 하면 낯설게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애플에 아이폰을 제조·납품하는 폭스콘이 흥하이의
자회사다. 비유하자면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대만으로 넘어간 셈.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샤프 붕괴: 왜 명문기업은 몰락했는가'(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는 거대기업 '샤프'가 무너진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
샤프 붕괴의 근본적인 발단은 액정 사업 투자에만 전력투구한 데 있었다.
샤프는 2007년 투자 규모 1조엔에 달하는 액정 패널 사카이 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태양전지와 함께 양대 글로벌 시장을 제패한다는 야심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질 않았다.
시장 수요를 잘못 예측한 과잉 투자가 발목을 잡았다. 매출은 떨어지고 적자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CEO의 잘못된 판단과 함께 경영권 다툼도 샤프의 몰락에 한몫했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기술력만 믿고 교만에 빠져 액정 투자를 무리하게 추진했던 가타야마 미키오 5대 사장에 대한
경쟁심으로, 하마노 도시시게 부사장은 태양전지에 무모하게 투자했다.
시장가격보다 몇 배나 비싸게 실리콘을 구입하는 장기 계약을 맺은 결과, 태양광 거품이 꺼지자
막대한 손실이 쌓여 갔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다 가쓰히코 4대 사장은 수렴청정을 꿈꾸며
'대표이사 부장'이라 불리는 예스맨인 오쿠다 다카시를 6대 사장에 앉혔다.
급기야 가타야마의 오쿠다 퇴진 쿠데타가 성공하면서 샤프의 주력인 액정에 문외한인
다카하시 고조가 7대 사장이 됐으니 샤프의 부활은 더 요원해졌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도 샤프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외국계 금융권 출신으로
해운에 문외한인 사장이 2009년 용선 계약을 하면서 2010년 이후 전 세계 해운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한 척당 3만~4만달러까지 지불하는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했다.
하지만 올여름 용선료는 1만300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이 무모한 베팅이 한진해운 사태의
화근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처럼 기업 경영이 어려운 현 시점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내용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서]샤프 붕괴 (기업스토리 4)
일본경제신문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6년/ 213 p/1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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