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非서방 3강' 中·러·印 연대로 안보 지형 새기류 꿈틀

바람아님 2016. 10. 17. 23:48
한국일보 2016.10.16. 16:53

인도 고아 브릭스 정상회담 개최

모디 총리-푸틴 대통령 양자회담

미사일 등 첨단 무기 6조원 거래

시진핑 주석도 “안보 대화 늘려야”

충돌 계속됐던 인도와 협력 구상

외교전 새판짜기 움직임 주목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3각 동맹이 심상찮다. 특히 비서방 3강 지도자의 안보협력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서방의 중심축인 영국과 미국이 각기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서 퇴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자 러시아와 중국, 인도가 손을 잡고 힘의 공백 상태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로써 비서방 3강이 브릭스(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를 발판으로 세계 안보 지형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릭스 정상회의가 15일부터 인도 고아에서 개최된 가운데 모디 인도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정상회의 첫날 별도 양자회담을 갖고 6조원대에 이르는 첨단무기 거래에 합의했다. 인도는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 S-400 ‘트라이엄프(Triumf)’ 5개 포대를 약 50억달러(5조6,700억원)에 구매하기로 했고, 인도 현지에서 러시아 카모프사의 Ka-226T 헬리콥터를 생산해 인도하는 합작법인도 설립하기로 했다. 또 러시아의 센서와 무기시스템을 장착한 유도미사일 프리깃함 ‘프로젝트 11356’을 러시아 또는 인도에서 건조하는 방안도 합의했다.


최근 러시아와 인도는 긴장관계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파키스탄 내에 주둔한 무장집단이 인도 육군부대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러시아는 파키스탄에 부대를 파견해 공동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인도 또한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경색된 미국과 최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에 있어 러시아는 전통적인 우방으로 긴장관계는 논쟁거리가 아니다. 모디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군사협력은 전통적 우의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풀이다.


다만 브릭스 차원에서 양국의 안보협력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올해 브릭스 다자 정상회담이 사이버안보와 대테러안보 등 안보협력체를 위한 연구그룹 창설 논의를 의제로 제시한 가운데, AP통신은 인도가 파키스탄과의 외교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테러 대응’을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내전과 시리아 내전에 관여하면서 미국ㆍ유럽연합(EU) 주요국과 충돌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비서구권 국가의 지지를 얻어야 할 입장이다.


브릭스의 다른 한 축으로 인도와 충돌을 겪고 있는 중국도 ‘테러대응이 핵심 과제’라는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주석은 모디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안보 관련 대화를 증진해 양국간 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달 인도 군부대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자이시 에 모하메드’ 수장 마수드 아즈하르를 유엔 차원에서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데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벨트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추구하는 가운데 파키스탄의 안보불안을 우려하는 중국이 인도와의 협력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사설에서 브릭스에 대한 서구 언론의 비관적 조명을 비판하며 “브릭스 내 차이는 사소하고, 협력이 기본”이라고 주장, 중국이 ‘비서구 다자협력체’로서 브릭스를 중시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동북아시아 안보와 남중국해 항행 문제를 놓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러시아와도 접근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 샹산(香山)포럼에서 중국과 러시아 장성들은 “미국의 미사일 방위체제가 러시아와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서구 중심 경제체제’에 반대한 신흥 발전국가 모임이었던 브릭스가 최근 경제적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보 영역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