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한국어과에 입학하자 한국 선생님이 “한국인 중에는 모든 이집트 여자는 검은 천으로 얼굴과 온몸을 가리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다. 중동 문화에 대한 오해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면서 앞으로 책임감을 갖고 한국인들에게 이슬람이나 아랍 문화를 올바르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중동·아랍인들도 서구나 동양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 어릴 적 TV로 봤던 미국이나 유럽은 자식이 부모를 이름이나 ‘너’라고 부르며 화까지 내는 비도덕적인 지역이었다. 사람들이 늘 서로 싸우고 거리에 나서면 동네 갱들이 기다리는 장면이 나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이나 서양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아랍인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동양에 대한 오해도 상당했다. 동양인들을 모두 중국인으로 알았던 게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원인은 핵폭탄을 맞아서다’ ‘동양인들은 숟가락을 쓸 줄 몰라 젓가락을 쓴다’ ‘동양인들은 무조건 태권도나 가라테, 또는 쿵후를 할 줄 안다’ ‘한국어·일본어·중국어는 모두 같은 글자로 쓴다’ 등등 수많은 오해가 있었다.
오해는 교류와 대화 부족으로 생기는 것 같다. 오해는 자칫 증오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오해받는 사람은 이를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남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도 스스로 올바른 지식을 구해야 한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국가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새미 라샤드 [이집트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y] 자본주의 문화 속 성숙하게 '늙어가기' (0) | 2016.10.23 |
---|---|
[세상읽기] 우리가 잊어버린 일상을 되찾자 (0) | 2016.10.21 |
[취재파일] 혼자서도 잘 살아(볼래)요―②굶으면 죽는다 (0) | 2016.10.17 |
일본의 '감성적 조치'는 정녕 불가능할까 (0) | 2016.10.15 |
[중앙시평] 결코 쉽지 않은 선택 (0) | 2016.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