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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 펜타곤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무슨 일이.."동맹보단 美 국익 우선" 김칫국 마신 한국

바람아님 2016. 11. 14. 23:54
매경이코노미 2016.11.14 09:48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와 포토맥강의 인근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 펜타곤. 세계에서 수용 인원이 가장 많다는 건물로 잘 알려진 미국 국방부다.


전체가 오각형으로 생겼기 때문에 펜타곤이라고 부른다.

펜타곤의 중심엔 무엇이 있을까. 오각형 한가운데 어떤 시설이 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가 수년에 걸쳐 탐문했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펜타곤 한가운데에는 빵집이 있다. 한때 편의점이었다가 최근 수리를 거쳐 베이커리로 새 단장했다.


이런 허탈한 스토리만큼이나 황당한 일이 또 있었다.

지난 10월 20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펜타곤에서 만났다. 제48차 한·미 안보협의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한·미 국방부는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확장 억제란 북한이 핵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의 억제력을 한반도에 확장해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날 새벽에 벌어졌다. 한국 국방부 실무진은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순환배치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시해놓은 상태였다. 미국의 핵 전략자산은 지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공중의 B-2, B-52 폭격기, 그리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등이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이런 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자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 같은 제안이 당연히 받아들여질 줄 알았다. 그래서 장관 간 안보협의회가 시작되기 전에 한국 시간에 맞춰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 약속이 공동성명에 포함될 것이라고 알렸다.


▶北 위협만 생각 순진한 희망

美는 비용 감안 현실적 판단

하지만 본회의가 시작되자 미국은 난색을 표시했다. 아니,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공동성명은 대북 강경 메시지와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우리 국방부는 미국 국방부의 의중은 생각지 못하고 김칫국만 들이켰던 셈이다.

북한이 올 들어서만 두 차례 핵실험을 강행하고 20여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면서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았다. 이 정도 상황이면 미국도 전략자산 배치에 선뜻 동의할 줄 알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대한민국에 분명한 위협이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아직 강 건너 불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B-2 스텔스 폭격기 2대가 출격해 한반도 상공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비행을 하는 데 기름값 등으로 600만달러(약 72억원)가 들었다. 이 폭격기를 주한 미군기지에 상시 배치하려면 격납고와 운용인력 등 수천만달러가 들어간다.


미국이 아무리 세계 최대 군사강국이고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미국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만도 아니다.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 또는 순환배치하자는 것은 한국 국방부의 순진한 희망이었고, 이를 거부한 미국 국방부의 태도는 현실이었다.


차기 미국 국무장관 1순위로 꼽히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차관을 최근에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동맹을 무시하는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던 셔먼 전 차관이었지만 “아무리 동맹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국익이 먼저고 그다음이 동맹”이라고 선을 그었다.


협상에서 이기려면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나만 알고 상대를 모르는 우를 범했다. 적어도 지난달 한·미 안보협의회에서는 그랬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letsw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2호 (2016.11.08~11.15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