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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환호하는 미국 증시..떨고 있는 한국 증시

바람아님 2016. 11. 23. 23:48
SBS 2016.11.23 19:05

금리 급등에 가계부채 경고음..금융당국 24일 대책 발표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 증시는 3대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오르고 있다. 22일에는 다우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만9천, S&P 지수는 2천2백선을 돌파했다. 내년까지 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규제완화와 감세,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 등을 공약하면서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구축되고, 경제상황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채 발행이 예상되면서 금리가 오르자, 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고 있는 것도 미국 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 9일 이후 주가 상승으로 재산이 110억 달러(약 13조원)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에서 트럼프가 아닌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단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속으로 박수를 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금융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로 살얼음판이다. 한국의 주가는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금리급등에 따라 보유 채권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에는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을 주시하며, 시장 금리 상승에 따라 발생 가능한 금융상황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처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조2천7백억 원 어치의 채권을 무차별 사들이며 금리방어에 나섰지만, 개입 당일 찔끔 하락했던 채권 수익률은 다시 연이틀 뜀박질했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23일 0.040%p 오른 1.775%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지난 8일 이후 0.350%p(35bp)가 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은 633조원으로 채권금리가 0.1%p(10bp) 오를 때 마다 3조7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추정되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이들 금융기관이 보유한 채권에서 발생한 채권의 평가손실이 13조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한국기관투자자의 채권평가손익 추정 : 자료 한국투자증권
금융감독원 이진석 금융상황분석실장은 “금융기관별로 보유채권의 종류와 만기에 따라 사정은 다르지만 대부분 대규모 평가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의 금리상승이 지속될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앞으로 2-3년은 미국을 시발로 한 금리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금융기관별 위험수준과 대처 방안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석 실장은 “금리가 상승할 경우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오르는 만큼, 금리상승은 전체적으로 금융기관들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다만 금리가 급변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증권사의 경우 대출금이 적은 만큼 채권분야의 손실이 전체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금리상승으로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기업과 가계이다. 특히 부채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한계기업과 한계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출금이 1억 원일 경우 금리가 1%p 오르면 연간 이자가 1백만 원 늘어나는 데 그치는 만큼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를 경우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할 수 있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LTV(가격대비 대출금 비율)가 70%를 넘게 되면 대출금 상환을 위해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처분가능 소득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액(DSR)이 40%를 넘어 실물자산의 처분 없이는 단기간에 빚을 갚을 수 없는 한계가구는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12.5%인 134만 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한계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가계부채의 29.1%에 달한다. 지난 9월 말 가계부채가 1천3백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계가구가 금융기관에서 빌려 쓴 돈은 378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계가구보다 더 상황이 심각해서 가처분 소득의 40% 이상을 부채 원리금 상황에 써야하 고,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부채를 다 갚을 수 없는 부실위험 가구는 111만 가구에 달한다.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10.4%로 이들 부실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가계부채의 20.1%로 26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환호하는 미국 증시…떨고 있는 한국 증시
환호하는 미국 증시…떨고 있는 한국 증시

한국은행은 금리가 1%p 오를 경우 한계가구는 143만 가구로 9만 가구가 늘어나고, 보유부채는 413조원으로 35조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부실위험 가구는 117만 가구로 6만 가구가 증가하고, 보유부채는 290조원으로 29조원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충격시 한계가구 및 부실위험 가구 변동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이자보상배율 1백% 미만 한계기업은 2015년 말 3천278개로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14.7%에 달하고 있다. 은행이 이들 한계 기업에 대출한 대출금은 118조6천억 원이다. 상대적으로 기업부채보다 가계부채가 규모가 크고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은 24일(목) 지난 3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동향을 발표한다. 지난 6월 말 1천257조원에 달했던 가계부채는 9월 말에는 1천3백조 원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합동으로 최근 가계 부채 동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발표한다.

하지만 ‘한 번 쓴 빚은 무덤까지 따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갚을 수밖에 없고, 갚지 못할 경우 반드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급격한 금리 상승 충격이 없도록 정책으로 보완하고, 아끼고 절약하고 더 많이 일해서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빚 상환 능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김용철 기자